*..........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토종단-6차12일 070707 무주

미라공간 2007. 7. 12. 11:27

 

070708

다시 아침이다.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배낭을 꾸린다.

해는 어느 하늘가에 붙어있는지 알 수 없어 찌푸드한 날씨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5시53분.

출발이다.

이른 아침인데다 강이 가까이 있어서 인지 선선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이런 기후가 좋다. 고요하고 적막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는 적당한 긴장이 떠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른 휴계실에서 둔장님이 장난을 치느라 강아지를 위협했더니 약이 바짝 오른 이 놈이 맹렬한 기세로 짖어댔다. 하도 그악스레 굴어 주인에게 혼나느라 높은 수족관위에서 벌을 서고 있는 중이다. 그러자 금새 짓던 소리가 쏙 들어가 버리고 거짓말처럼 얌전해 졌다.

이 휴계실의 벽에도 능소화가 촘촘히 덮고 있다. 나중에 마당이 있는 집을 짓고 산다면 저렇듯 능소화를 벽에 붙혀두고 싶다.

 

 

   

 

용담댐.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않은 듯 뿌연안개로 휘감은 산과 강과 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수묵화로 그려진 풍경위를 걸어간다.

월포대교. 길이가 1050m라고 하더니 하염없이 걸어야 했다. 그 길의 끝에 전망대가 있다.

망향의 광장(전망대).

용담호가 생겨나면서 그 아래에 살던 사람들과 그 역사의 흔적들을 남기기 위하여 이곳에 망향의 광장을 세웠다. 흐린 날씨와 옅은 안개로 인하여 조망은 별로 없고 수몰 위기에 놓였던 용바위를 이곳에 옮기고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지나는 객이야 강물을 보면서 그저 너른 물이 있어 시원해 좋다하는 정도의 느낌밖에 없겠지만 살아오던 터를 내주고 떠났던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내려다 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먹먹할까 싶다.  바람과 비와 추위와 온갖 재해로 부터 안전할 수있었던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집, 오랜세월을 함께 했던 이웃들, 늘 다니던 길, 생계를 유지시켜 주었을 밭과 온갖 익숙한 것들을 다 수장시키고 올라온 그 심정을 누군들 제대로 짐작할 수있을까.  

 

가다보니 도로포장공사를 하고 있다. 그렇찮아도 열기를 내품는 도로위에 뜨거운 아스팔트를 부워대니 더욱이 후끈거렸다. 어디까지 하고 있을지, 혹 우리가 걸어가는 길 내내 이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우리보다는 그 분들이 더욱이 힘들지않을까 싶어 수고하신다는인사를 건네고 싶은데 그만 번번히 기회를 놓치고만다.

 

오늘따라 길가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꽃길 조성작업이 이루어 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처럼 도보여행을 하는 객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니 어제 진안읍을 지나는 동안에는 가로수가 별로 없었다. 고스란이 햇볕을 받으며 걸어가야 하는 구간들이 많았다. 어떻게 가로수가 없을 수가 있을까 하는 불평을 토하면서 걸었었다. 보성의 메타세콰이어길이 다시 생각났다. 은행나무며, 잎 큰 포플러나무며, 사과나무,감나무등 좋은 가로수의 소재들이 많은데 말이다. 진안의 길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되었던 부분이였다.

 

둔장님께 듣자하니 이 곳 여기저기의 새로 지은 집들은 대부분 용담호 수몰지구에서 이주해 온 주민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 하신다. 원래 땅이 많았던 사람들은 소위 한 몫을 잡았다고 하기도 하는데 새로이 땅을 사고 새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살던 곳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는 없지않을까? 다시 돌아갈 수도, 손에 잡을 수도, 볼 수도 없이 기억속에 가라앉아 있어 이따금 들쳐내 회상할 수밖에 없는 것을...

 

 

 

   

 

 4월이였을까 ? 처음 터널을 지날때의두려움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행이 선님이 가져온 귀마게를 하고 다시 손으로 귀를 접고 걸어갔더니 훨씬 소음이 줄어들어 수월하게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이런 정도라면 이제는 터널을 지날때의 스트레스는 격지 않아도 되겠다. 

 

 

 

    

 

 무주에 들어선다.

다음달이면 우리는 다시 영동으로 들어서게 되겠다. 드디어 전라도를 넘어 충청도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슈퍼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의 시원달콤함. 역시 여름에는 이열치열이건 뭐건 간에 차거운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몰표!

 

   

  

  

 

시골에서는 보기드물게 세련된 정류장이다. 이런 작은 건축물 하나라도 마음을 다해 짓는다면 한결 멋들어진 마을이, 도시가, 나라가 될 것이다.

 

모심기를 한 걸 본지 얼마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벼는 부쩍 자라고 있다. 8월을 건너�고 9월이면 어떨까? 일찍 심은 벼들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무거워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들판을 휘이 도는 바람이 나락을 출렁거리게 하고 내게로 와 얼굴을 스치면 나는 서둘러 가을의 슬픔을 탐닉하게 될 것 같다. 벌써부터 돌아올 가을을 염려하는 나.   

 

  

 

     

 

 때도 없이 코스모스가 피어올랐다. 빈 집의  담장안에서도 여전히 꽃은 피고 옥수수는 땡볕아래 소임을 다해 여물어 가고 있다.

 

어느 집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는 도로변에 꽝꽝 언 얼음과 함께 물이 담긴 투명한 통이 있었다.

집어다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어느 농꾼이 잠시 둔 것으로 생각되어 집어 들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지나가는 차에서 낮선 사람이 그 물통을 건내줬다는 말을 듣는다. 그늘도 없는 길가를 고스란이 햇빛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나 보다. 그리고 우리 일행들이 마시고 난 뒤 뒤처진 나를 위해 길가에 놓아둔 것이였다. 어제의 허재호님에 이어 이처럼 따뜻한 마음과 격려를 건네는 사람이 있어 새삼 좋은 세상에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

 

진안군. 무주군. 길만 새로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가로수도 좀 심어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적상삼거리를 지나는가 싶었는데 앞서가는 일행들이 안 보인다. 점심때가 된 듯 한데 식당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 두리번 거리는데 어느 집 식당앞에서 산에가 손짓을 한다.

뭐니뭐니 해도 시원하게 젤이다 싶어 냉면을 시킬려고 하는데 우리의 미식가 둔장님은 그저 넘어가시지않는다. 마침 옆에 앉아 냉연을 먹고있는 손님에게 냉면의 맛이 어떤지 묻는다. 그 사람이 그저그렇다는 말을 하자 백반으로 하신다. 나는 그래도 냉면을... 좀 전에 그 손님 다시 말하기를 실은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맛을 모르겠다고 하네. 내가 먹어 본 냉면은 썩 괜찮은 맛이였는데 한그릇이 잘못 나와 공짜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와!!! 다들 넘 좋아하는 모습.

 

 

 

  

 

요즘에는 보기드문 다방간판. 불쑥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내부는 어떻게 바꿔었을까? 예전의 다방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않을까?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 칸막이가 군데군데 있고 한 두개쯤은 파란불빛이 켜져있는 수족관이 놓여있고 별 일없는 사람들이 모여 한가한 잡담을 나누고 있지는 않을까? 짙은 화장을 한 종업원이 노출이 심한 상의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테이블사이를 빠져다니지는않을까? 아니면 구석진 자리에 수줍음 많은 젊은 처자와 남정네가 머리도 제대로 들지못하고 속닥이고 있지는 않을까...나는 아직도 잊지못하고 있다. 오래 전 언젠가 추운날 아침에 들어간 어느 곳에서 에소프레소와 같은 진한 원두커피에 액체프림과 설탕을 넣은  다방커피의 짙고 감미로운 맛을 기억하고 있다. 

 

길왕마을.

참 이쁜 표지석이다. 좀 전의 정류장도 그러하더니 미적감각이 뛰어난 행정관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공사를 하는 사람의 수준이 그런한지 알 수는 없으나 잘 만든 마을표지석에 공연히 내마음이 흐믓하다. 

 

 

 

 

 

사진을 찍느라 자꾸만 쳐지고 있다. 일행들은 반대로 걸음을 빨리하고 뛰기까지 한다. 배낭에다 카메라까지 매고서라면 덜렁거려 뛰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더운 하루를 서둘러 마감하고 싶은 마음때문일까. 덕분에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을 찍는 건 내 차지다.

큰 다리밑은 그늘인데다 물길이 지나기도 하고 바람이 빠져나가느라 생각외로 시원하다.

둔장님 덕분에 먹을 거리는 늘 풍족하다. 어제에 이어 아직도 남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다 남기자 보보스님이 "또 나야?" 소리를 하면서 입에 털어넣어 마무리를 한다. 먹는 건 좀체 마다하지않는다. 본인은 잔반처리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스스로가 먹는 행위를 즐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해가 서서히 기울어가면서 뙤약볕이 더욱이 심해지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 무주읍이라는 표지를 보자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 조금만 걸어가면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시내버스에 올라 얼마쯤 가서 차를 회수하면 일정이 끝나는 것이다.

 

4시 20분.

아주 작은 터미널. 어둑한 대합실로 들어가자 지방색이 짙은 좁고 낡은 시설물로 채워진 풍경이다. 호기심어린 사람들의 표정과 차림새가 유순하고 까탈스럽지 않아 마주보는 시선도 편해진다.  띄염띄염 승객들이 서성이는 사이를 헤쳐 선님이 승차권을 사러가고 보라님이 음료수를 사려갔다. 어제보다 긴 거리를 예정보다 빨리 왔다고 하는데 나는 별 실감을 못한다. 여전히 사진을 찍느라 계속해서 뒤쳐져 왔기 때문이다.

 

 

 

 

버스에 타기 위해 승차장을 나가보니 사람이 별로 없네.

우리가 타고 갈 버스기사님이 반갑게 말을 건네신다. 한동석기사님. 이 분또한 걷기를 즐기는 분이라 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너무나 호의적이다. 차에 올라보니 승객이라고는 우리를 빼고는 달랑 두명이다. 오늘 하루중 승객이 가장 많은데다 하루종일 받은 운임보다 지금이 더 많다는 말을 하신다. 일요일 휴일임에도 이러니 시골버스 운영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된다.

버스에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는다. 어제부터 진안지역을 걸어다니는 우리를 유심히 보신터라 일일이 기억을 하고 있었다. 몇 시경에 어느 지점을 걸어가고 몇 시간후 다시 지나가는 우리를 보았다는 얘기. 그리고 오늘은 어느어느 지점에서 보았는데 빨간티를 입은 여자가 힘든건지 뒤처져 걷더라는 말. 그 말에 저요!! 라고 손을 번쩍 들었다. 한바탕 웃음.~~

두 명이던 승객이 마저 내리고 나자 우리들만의 관광버스가 된다. 한적하고 바람 드나드는 곳에서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차를 세우고 쉬기도 했다.  친절하게도 이곳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지나는 길에 보는 안천의 학교는 유치원,초등,중등,고등부가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곳뿐이지 싶다.  예전에는 인구가 많아 각각 있던 학교들이 학생수가 줄자 합쳐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학생수는 모두해서 85-6명밖에 되지않다고 하네. 이 주변에도 역시 새로지은 집들의 대부분은 용암댐 이주민들이 지은 것이라고 하는 설명도 덧붙혔다. 너무나 친절하며 격려의 말씀을 보태주신 그 분께도 다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둔장님의 제의로 차를 주차해 둔 찜질방으로 가서 샤워를 하기로 했다. 혹시나 이틀이나 묵었는데 잠깐의 샤워정도는 그냥 쓰라고 하지않을까 싶었는데 1인당 7000원을 내라고 한다. 아니면 목욕탕에 가면 4000원이니까 그리고 가라고 하네. 인심이라고는 ...,어디든 갈려면 번거로워 별수없이 금액을 흥정해서 샤워를 하고 용암댐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쏘가리 매운탕. 어쩌다 먹게 되는 고급음식이다. 둔장님이 사시는 뒷풀이음식. 맛있게 달게 감사히 허겁지겁 먹는다.

그리고 열심히 걸어온 당신. 마셔라 맥주.!!!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8월은 휴가철이고 무더위가 심한 탓으로 건너뛰고 9월에 만나기로 한다. 그래도 한달이 넘게 얼굴을 못 본다면 아쉽지싶어 대전이나 서울로 산행을 할까 의견이 나왔다. 해서 북한산으로 산행을 하기로 한다. 

 

 

▶날      짜 : 2007년 7월 8일(일요일)

▶날      씨 : 흐리고 안개 후 땡볕 

▶시      간 :  8시간 27분

▶거      리 : 둘째날 30.5km [누계거리 : 305.7km]

▶동 행 자 : 둔장, 보보스, 산그리고, ⓢⓤⓝ, 감자, 보랏빛바다, 강산에(7명)

▶소요비용: 이틀간 50,000원+21,000원

▶코     스  :

ㆍ07시 53분 : 홍삼전통한증막 출발

ㆍ08시 27분 : 망향의 광장(상전)

ㆍ08시 41분 : 용평대교(550m)

ㆍ09시 05분 : 불노치터널(440m)

ㆍ09시 25분 : 괴정마을 버스정류장(휴식 10분)

ㆍ09시 54분 : 안천면소재지

ㆍ10시 26분 : 무주군 경계에 진입(휴식 23분)

ㆍ11시 43분 : 삼유삼거리(슈퍼에서 15분 휴식, 금산 갈림길)

ㆍ12시 09분 : 조금재터널(430m)

ㆍ12시 57분 : 적상삼거리(중식 1시간 08분)

ㆍ15시 00분 : 무주IC 갈림길 다리밑(휴식 24분)

ㆍ15시 50분 : 싸리재터널

ㆍ16시 20분 : 무주읍 도착(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