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공간 2007. 1. 1. 18:18

 

021125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산을 가야했다.
일요일의 마이산 행을 놓쳐버린터라 아쉬워하던 차 였다.
용문산정도는 어떨까 했는데 북한산에 가자는 제의가 들어와서 그러마고 했다.
어딜 보나 사람사는 동네가 바라다 보여서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가기로 한다.
일행의 늦장으로 해서 1시가 넘어 산입구에 도착했다.
증턱을 지나자 언제적 내린건지는 모르는 눈이 띄엄띄엄 쌓여있다.
몹시 잘 미끄러지는 나는 그야말로 사뿐사뿐 발을 디디고 다녔다.
성문2개를 지나 백운산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벌써 해가 지는 기미가 보여 아쉬움을 접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얼마안가 산장이 보인다.                                    
파전에 막걸리를 한사발씩 하고 가자는 해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겨울이라 등산객이 없어 그랬을까 가져온 파전은 그야말로 오래묵어 절여진 기름냄새가 역겨웠다. 아마도 무언가를 튀겨낸 식용유를 재활용을 하는 모양인데 그렇더라도 이리
이게 묵은냄새라니 마땅찮았지만 배가 출출하던 차라 별수없이 마셨는데 이게 화근이였다.                                                                                                                                                                                                                                                                                                                                      막걸리 한사발이 몇사발이 되고 우리는 적당히 취기가 올라서 기분이 좋기는 했는데 산장문을 열자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다.
그때부터 렌턴도 없이 내려가다 오르막을 올라선다. 오르막일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달리 길이 없는 듯해 가다보니 역시 막다른 절벽이였다.  다시 내려와 어찌어찌 길을 더듬어 내려가는데 다행히 두번째 산장이 보인다. 그리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 산장을 지나자마자 다시 엉뚱한 길로 줄창 가버렸다.
길은 희미해졌다가 어느샌가 없어져버리고 가다보니 철조망, 다시 왼쪽으로 가다가 오르막으로 그리고 먼 데 불빛을 보고 방향을 다시 잡았는데 역시나 막다른 곳에 다다라 계속해서 오른쪽과 왼쪽 내리막과 오르막을 거듭했다.
흔들리는 발밑의 돌들과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더미를 헤치고 가는 사이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모른다. 다시 일어서 가다보면 어느 순간 눈과 빰과 팔다리를 할쿼는 마르고 거친 나무가지의 날카로움에 비명을 지른다. 달빛도 별로 없는 어둠 속이라 무섭기도 했다.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는 조언이 생각이 났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눈이 쌓인 돌들이 다시 얼면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이게 눈이 쌓여 있는 돌인지 원래 흰색돌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미끄러져서 다치면 정말 큰일이였다. 만약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한다면 밤을 이 산에서 보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들로 머리가 아득해져 왔다.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지기 전에 119라도 불러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그러나 119를 부른다 한들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많이 번거로워지는 건 아닌가하는 염려가 들었다. 
그렇게 몇시간을 헤매고 다녔을까 기적처럼 사람이 다녔을 오솔길이 나타났다.
제발 길이 아래쪽으로 제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혹 다시 샛길로 잘못 들어서게 되지않기를 바라며 온 정신을 곤두세우고 걸어갔다. 문득 일행이 그런다. 조계사 불빛이 보인다! 아니  아카데미 하우스인가? 뭐가 됐던 정말 불빛이 보이면서 건물이 윤곽을 드러냈다..
와아 ...살았구나라는 안도감에 뛰어서 내려와 알고보니 그 건물은 백마유격대라는 곳이였고 이곳이 경기도 고양이라는 말을 들었다.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시골처럼 몇 채의 오래된 농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 그리고 군불지피는 곳에서 나무타는 냄새가 따뜻하게 길위로 펴져나갔다.

지나는 버스에 지친몸을 태우고 서울로 다시 돌아올는 동안에도 내내 가슴은 진정되질 않았다. 이런 경험은 한번이면 족해....

 


 

출처 : 섬으로
글쓴이 : 백미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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