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0504
새벽녘에 잠이 깼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꿈을 꾸었다.
검은 실루엣의 새떼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멋있다! 소리를 연발하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렸으나 작동이 되질 않아 거듭 실패하고 만다.
5시37분
몸속의 원기가 땀과 함께 빠져나간 듯 기운이 없다.
산에 갈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질 않는다.
여하튼 가기로 한 거니까 출발을 하고 힘들 것 같으면 조금 오르다 되돌아 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상추를 씻고 급하게 반찬을 만들어 담았다.
늦은 탓에 선두는 벌써 출발하고 친구 둘과 남은 몇 분이서 반겨주신다.
한 여름 같은 어제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선선한 빗방울이 조금씩 내렸다.
그나마도 조금 가다보니 완전히 그쳐버렸네.
바삐가서 선두를 따라 잡으려 했으나 아프다는 내 엄살과 영년이의 약한 모습에 무너진 회장님. “세월아 네월아 산행을 하자고?~“
해서 연주암으로 바로 가기로 한다.
의견일치를 본 우리는 길가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씩에 안주와 간식을 먹고 천천히 움직였다.
능선 길을 따라 가다보니 발아래 겹겹의 산봉우리와 그 너머의 아래세상이 아련하게 펼쳐져 있다.
언제는 이 산은 사람 사는 동네가 보여 싫다했던 적이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밀쳐낼 수 없는 우리네 삶의 터전이 아닌가..
그곳에서 자고나고 집과 건물들 사이사이를 지나 일터로 가고 사람과의 다양한 접촉으로 인해 매일의 생활을 일궈나가는 것.
어수선하고 사람과의 신경전이 부담스럽다 해서 손사래를 치고 마음으로 선긋기를 하던 아래 세상이 문득 무조건적인 정겨움으로 받아들여진다.
산은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다해서 사람을 가려들이지는 아니하지 않는가.
어느 사이 산에게서 관대함을 배워버렸는지 모르겠다.
진달래가 연분홍 꽃을 피웠다.
산벗꽃이 연초록 잎사귀사이에서 더욱이 고운 자태를 보이고 있다.
그사이로 연한 잎새를 튀운 나무들.
어느 사이 저리 되었을까?
감기몸살을 앓아 봄을 느낄 겨를도 없이 도시의 골목과 지하철역을 오가는 동안 어느새 세상은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네.
겨울을 지나온 솔나무 사이로 연녹색잎을 단 나무들이 탱탱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은 바라보는 동안 숭고한 생명력으로 전이되어온다.
경이로운 봄이다.
얼마쯤 가자 드디어 우리 님들 목소리가 먼저 들리고 뒤이어 땀범벅에 상기된 얼굴이 보여진다.
연주대에 가서 다시 다른 분들과 조우를 하고 사진을 찍고 관음사코스를 내려간다.
뒤풀이 장소에서는 벌써 여러 님들 모여계시네..
이래저래 줄곳 늦었네.
삼겹살을 푸짐하게 먹고 맥주를 찔끔거리면서 마시고 냉면까지 맛있게 먹었다.
뒤풀이 장소로 옮겨갔다.
대단한 열기였다.
우리 모두에게 엔돌핀을 팍팍 솟게 해주신 어리버리 4인방의 활약이 대단했다.
어둡고 흐리고 야시시한 조명아래 다양한 몸짓으로 흔드는 님들
그들의 얼굴에 흐르는 땀과 붉게 상기된 모습은 예전에 느낄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참으로 근사한 모습이였다.
왕승돈님, 이승호님, 양동근님, 이천민님.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해수형- 똥배가 더 단단해 졌네.~
날렵한 몸매에 역시 날렵한 솜씨로 회원들을 챙겨준 오늘의 리드 창수.
그리고 여전히 생생한 전회장님,
마라톤 대회 선수모집에 열심인 추문갑님.
성격털털 마음은 여릴 것 같은 친구 종덕이.
상태가 좋지 않은 나를 챙겨주신 매력남 이상태회장님!
아름다운 도전의 큰 언니 김조묘님.
이쁜 언니 조효자님.
더 날씬해진 우리의 대장 상애언니.
오랜만에 나오신 언니들과 이름을 모르는 여성회원님들과
그리고 든든한 살림꾼 영년이가 함께 한 봄날의 행복한 산행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