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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070421

미라공간 2007. 4. 23. 10:51

 

070421

 

8시20분에 불광역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회장님을 만나기로 했다.

불광역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던가?

전철안에서 회장님 전화를 받고 7번출구에서 나와 얼마쯤 걷다보니 낮익은 얼굴이 보인다.

세분이 나와계시네. 1년여만이라 어색하고 쑥스러운 인사를 나누고 다시 길을 건너고 얼마쯤 올라가자 춘천에서 온 버스가 있다.

유토피아산악회 분들이시다. 버스에 올라 구파발에 가서 상애언니를 태우고 다시 차는 의정부쪽으로 향한다.

 

9시20분

올림픽 부대앞에서 하차. 부대 옆길의 철조망을 끼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찰박한 산길을 올라가다보니 한적한 산 속의 공기가 더할 나위없이 상쾌하다.

얼마가지 않아 공터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나뉘억고는 다시 내려간다.

왜 내려가지라고 생각했는데 송추계곡이 나타났다.

'어. 벌써 다내려왔네.' '뒷풀이 하고 가자' 는 농을 던지며 매표소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어느 회사에서 온듯한 단체가 무리지어 뒤따라 오고 있었다.

등산객이 별로 없는 듯 해서 좋아라 했는데 같이 휩쓸려 북적거리며 가야 하나보다.

 

 

  

 

아침 안개가 미처 걷치지는 않아 먼데 산들은 겹겹의 실루엣으로 보여진다.

한달만의 산행이라 힘들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매달  이틀씩 60km의 도보여행을 한 덕분인지 의외로 걸음은 가뿐하다. 하지만 여전히 숨쉬기는 힘겹다.

 

완연한 봄속에서 나무들은 저마다 연초록 잎새를 뽑아내고 있어 산을 생기가 돌고 있다.

진달래가 듬성듬성 피고 양지쪽에서는 노랑제비꽃이 간혹 무리지어 있었다.

햇살이 따사로워 입고 있는 두꺼운 옷들이 부담스럽다.

아직은 산위는 춥지않을까 싶어 동복을 입은 탓이다.

사람이 많아 그 중에서도 낮선 춘천분들을 혹 놓치지는 않을까 싶어 열심히 두리번 거리며 올라갔다.

 

 

 

  

 

의외로 가까이 있는 여성봉.

도봉산을 논할때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봉우리 이름이다.

어째서 여성봉이라 하는지는 알지못하지만  전망이 트인 곳에서 각자 사진을 찍고 시원한 산바람을 맞는다.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오봉으로 가는 길.

등산객이 너무 많아 여전히 정체가 되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그 아래 우이암으로 향해 빠지기로 한다.

 

11시10분.

오봉으로 갔다 오는 팀들을 기다리기 위해 넓다란 공터에 앉았다.

춘천분들이 베낭에 담아오신 막걸리를 꺼내신다.

막걸리나 한잔씩 마시자. 서울막걸리, 이동막걸리 그리고 뒤이어 오신 회장님의 정상주(포도주&?)가 각자의 잔에 채워졌다.

낮술의 위력이였을까? 춘천분들의 소탈한 모습에 점점 어색함이 가시어져 갔다.

앉은 김에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한마음 팀이 마련해온 비빔밥.

회장님이 가져오신 500원짜리 큰 양푼에다가 밥을 쏟아붓고 천상필님과 문정순님의 나물과 상애언니의 계란후라이에다 고추장을 넣어 비벼놓자 인기가 그만이다.

모두들 담아온 밥을 쏟아붓고 반찬들도 부어 다시 비벼댄다. 

 

식사를 마치고 사진을 찍고 다시 우이암쪽으로 향한다.

능선길이라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하는 동안 전망의 트인 곳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환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찍히는라 모두 바쁘다.

춘천분들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근사한 산이 있으니 서울사람들은 얼마나 좋겠냐는 말씀을 하시지만 나는 오히려 이 산이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게 성가셔 먼데로 다니곤 한다는 말을 전한다.

주변의 산이 좋기는 춘천이 더 하지 싶다.

강원도는 또 얼마나 아기자기하기도, 깊고 너른 산들이 많은지, 북한산처럼 도심에 둘려 쌓이고 사람들의 부산한 발길에 몸살을 앓지도 않는 한적한 곳이 많으니 말이다.

 

 

     

 

12시20분.

우봉이다.

역시나 전망이 좋은 곳이다.

우리가 지나온 오봉이 나란히 보이고 그 아래 전망대에서는 선인봉을 비롯한 도봉산의 각 봉우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우이동매표소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암벽에 붙은 사람이 보인다.

멋있기도 부럽기도 하지만 바라볼 적마다 아찔하고 위험하게 느꺼져 몇 해전부터 해 봐야지하면서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듣기로는 더러 다치기도,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말을 종종 들은 터라 가슴이 졸아 든다.

 

  

 

3시 10분.

하산길.

내려갈 수록 도시의 건물들이 가까이 보이고 부쩍 연초록으로 물든 나무가 많아진다 했더니 드디어 넓고 편편한 길이 나타났다.

이윽고 줄지어 매표소를 빠져나가 지나는 행인들과 섞여 도보를 걸어갔다.

버스가 기다릴 걸로 생각했는데 어이없이 도봉역쪽으로 가있다네.

우연히 강대순님이 그 버스를 보고 전화를 하고 같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우연 우연.

차가 오는 동안 잠깐 목이나 축이자고 편의잠앞에서 진을 치고 앉았다.

1600ml 맥주를 서너병 사 와 한잔씩 돌아가자 금새 병이 비워지고 다시 맥주들이 날라져 왔다.

드디어 대순형과 함께 도봉역으로 가있던 차가 돌아왔다.

그래도 일어날 기색은 없어 다시 술자리는 이어진다.

 

 

 

 

춘천행 버스에 올라 그 분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수유역에서 내렸다.

헤어지기 섭하다며 다시 이동한 곳이 답십리의 '시골집' 식당.

뒷풀이가 시작됐는데  몇 분이 더 오셨다.

아구찜에다 이런저런 음식들을 먹고 마시는 동안 머리속이 몽롱해져 갔다.

다시 여러님들과 작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취기에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