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토종단-4차8일 070506 곡성 남원

미라공간 2007. 5. 10. 14:02

 

070506

 

전날 음주시간이 길었을까?

성큼 일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대전팀.

풀언니가 준비해 온 북어국에 조금씩의 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숭늉에 커피를 마신다.

어젯밤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왔었다고 하는데 기억이 없다. 새벽녁에 풀언니가 깨어 어딘가 아프다고 했던 말, 그리고 누군가의 핸드폰이 3시반에 소스라치게 울려대던 기억만 있을 뿐이다, 설겆이를 하고 교대로 욕실에 들어가고 배낭을 꾸렸다.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는 빗방울. 방수자켓을 입고 모자를 쓰고 빗속을 걸어갈 채비를 한다. 판초 우의까지 입고 나선 선과 감자님. 황산님에게는 갑작스런 어제의 도보가 무리였나 보다. 아프다고 하던 무릎 뒷쪽이 여직 통증이 가시지 않아 걷기가 힘들 것 같아 서울로 간다고 하신다. 인사를 나누고는 아무래도 그냥 가시기에 서운함이 있으셨는지 다시 맘을 바꿔 근처에서 사진을 찍다가 오후에 합류하기로 마음을 바꾸셨다.

단체사진을 찍고 차에 올라 어제의 도착지 곡성면으로 향했다. 도착을 하자 그 사이 비는 그쳐있다.  

 

 

 

 

 

 

09:40

출발.

다섯시간 정도만 걷는다 해서 마음은 가볍다.  비가 올지도 모르니 무리는 하지말아야겠고 일찍 도착해 남원의 춘향제 행사장에 들를 생각이다. 어제와는 다른 보보스님의 홀가분한 차림. 어제 종일 배낭에 과일이며 햇반, 컵라면, 소주 여러 병을 담아다녀 힘이 들었을텐데 아무런 내색도 없다.

 

 

 

 

 

  

 

새로 물을 댄 논 옆에서 일하고 있는 풍경이다. 잘은 모르지만 논에 모심기를 하기 전 모종을 담는 것 같다. 각자의 집에서 타고 온 자전거가 얌전히 줄지어 서있다. 지금부터 가을걷이를 하기까지 줄곳 바빠지겠다. 열심히 허리굽혀 일하는데 카메라를 꺼내서 찍어대는 행위가 조심스러웠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별로 개의치않아 하시는 것 같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낼 모레가 어버이날이라 도매시장에 출하할 카네이션이 다발로 묶어져 무더기로 놓여있다. 부산의 부모님은 누가 꽃을 갖다 드릴려나... 내일이면 동생들에게 대신 꽃을 전해달라는 당부전화라도 해야겠다. 선물을 보내드릴까 통장으로 현금을 보내드릴까 궁리만 하고 여직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언제나 먼 거리에 산다고 해서 일년에 두 번 이상은 내려가 보지도 못하는 나. 훗날 어느때인가는 이런 내 무심함을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민박집 주인의 추천으로 원래 가기로 했던 17번도로 대신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차량의 통행이 적어 한적하다. 그리고 길가의 풍경들이 훼손되지 않아 더욱이 흡족한 마음이다. 4차선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차선 도로라고 해도 요즘에는 차들의 왕래가 많아 소음에다가, 불안하기도, 삭막하기도 했었는데 이 길은 걸어가는 내내 집들이며 나무며 잡초들조차 터를 잡은지 오래인듯 자연스럽고 안정되어 보인다.

 

예전에는 소가 했던 쟁기질을 이제는 농기계를 단 차가 대신하고 있다. 젊은 층들의 귀농이 늘기도 했다는 기사를 읽은 것이 언제쯤 이였더라.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는 중장년층의 농가수입이 또래의 도시 근로자보다 높아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존의 방식과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발 빠르게 특수작물등을 재배, 수확하고 겨울에도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지않아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현상이다.

 

풀언니와 둔장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공연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만해도 어색했었던 것 같았는데 어제부터 같이 걸으면서 대화가 잦아지셨다.

 

 

12:22

드디어 전라남도를 벗어나 전라북도땅에 들어섰다. 국토순례8일차.  해남에서 남원까지 차로 몇시간이면 올까? 서울의 주변사람들에게서 여직 전라남도를 못 벗어났냐는 말을 들었던 터라 도게에 들어서는 순간의 감동이 크다.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남원시를 향해서 저마다 묵묵 걷기 시작.  

 

 

 

 

  

 

오래묵은 자전차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차를 이용해서 인지 판매를 하고 수리를 겸하는 가계는 오래 전 문을 닫아 걸고 있었다. 농기계판매나 수리를 겸하는 것으로 전업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낡은 시멘트벽을 에워싸고 있는 잡초들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예전에는 비닐하우스나  밭고랑을 보듬어 검정비닐을 씌워놓은 것을 보면 눈에 거슬려 했다. 스레트지붕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제는 농촌의 풍경을 보자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싫다고 내치던 것들도 낡아가고 자주 보아 눈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게 되나 보다. 

 

 

 

 

  

 

농촌의 풍경은 바라보는 동안 언제나 가슴의 호흡을 나직히 가다듬어준다. 평화스럽게 잔잔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마술같은 들녁. 가는 바람에 실팍한 꽃대가 흔들리고 청량함이 넘실대는 너른 밭에서 보리는 서로의 볼을 부빈다.

빈 집의 담벼락을 빼곡히 메워가고 있는 담쟁이는 어쩌면 옛주인의 분신인지도 모른다. '누구도 들어오지 마"'그렇게 시위하고 있는 듯,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듯 하다.

 

 

 

 

 

  

 

 

13:21

팔각정이 있어 걸음을 했더니 한곁에 사당이  있다. 예전 어느 때 효자의 지극한 효심을 기리기 위해 세운거라 한다. 지나는 촌로께서 들어가 보라고 손수 낡은 문짝을 열어주시기도 하신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사당을 지나면서 효에 대해 매번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될 듯 싶다. 지나는 나그네도 호기심에 걸음을 멈춰 되새겨 본다.

버선코같은 기와의 처마끝의 단 풍경을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반가워한다. 먼 곳 어딘가에서 쏟살같이 날아온 바람이 툭 어깨를 치면 불현듯 뎅그러 뎅그러.....  파도에 휩쓸러 어지러운듯 파닥이며 뎅그러....뎅뎅...어째서일까? 인도에서는 왜 불교의 상징속에 바닷속 물고기을 끌어올려 두었던 걸까?

 

 

 

 

 

 

13:48

야산이 있는 길가에 차들이 띄염띄염 세워져 있어 나물이나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했더니 맞은편 강가에 낙시꾼들이 자리하고있다. 선님이 불쑥 심심한데 방해나 해 볼까? 그러더니 냅따 소리를 지른다.

"고기 좀 잡혀요!!!"

의도를 알았을까? 몇 이서 찡그린 얼굴로 휙 뒤돌아 보더니 다시 수면 위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13:52

둔장님 배낭에서는 먹을 게 끝도 없이 나온다.

파프리카와 빵과 떡과 과일을 연달아 먹고나자 저마다 손사래를 치는데 체격이 좋아서 인지 보보스님이 마무리를 한다. "또 나야?" 그러면서도 마다하지않고 기꺼이 먹어치운다.   

배낭뒤에 검정쓰레기 봉투를 메달고 울퉁불퉁한 나뭇가지에 삼각형 솔트렉깃대를 꼿고 걸어가는 산에의 뒷모습을 보고 우리는 걸어가는 노숙자라고 깔깔거렸다. 보기싫다며 검정쓰레기 봉투를 낚아채서 손에 들고가던 플언니. 손에다 들고 어디까지 걸어가서 팽개쳤는지 얼마쯤 가다 보니 없어졌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누군가 후레쉬를 터트리는 듯 밝은 빛이 일순 터지더니 뒤이어 천둥소리가 들려왓다. 드디어 비가 올려나 보다. 멀리서 시가지의 전경이 어름풋이 보이는 듯 한데 조금만 더 참아주었으면 싶은 바램이 들었다.

산에와 언제 연락이 닿았는지 황산님이 나타나셨다. 차에 타라고 하는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비가 한방울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굵어지다가 조밀해 졌다. 맞은편 도로에서 황산님이 따라오면서 연신 타라는 손짓을 한다. 비가 온다고 덥썩 차에 탈 수는 없다. 목적한 남원시에는 들어가야 할 것 같다.

 

 

 

 

 

 

 

15:14

 드디어 남원이다. 강의 양 옆으로 행사용 천막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빗줄기속에서도 에드벌륜이 높다랗게 떠 있다. 춘향의 넋은 어디쯤에 떠 있을까? 비와는 아랑곳 없다는 듯 축제분위기는 강물위를 넘실거린다.

오늘의 도보는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원래는 일찍 끝나고 춘향제를 보고자 했는데 쏟아지는 비때문에 여의치가 않아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가기로 한다. 뒤따라 온 황산님의 차에 올라 둔장님이 적극 추천하시는 맛집인 유명한 새집추어탕으로 이동을 한다. 음식이 날라져 와 상위에 놓이자 맛깔스런 밑반찬이 먼저 식욕을 사로잡는다. 정작 추어탕보다는 빗깔고운 배추겉절이와 파김치를 안주삼아 투명한 소주를 목으로 넘긴다. 하루의 고단함을 일순 씻겨주는 마법의 액체. 나는 투명한 소주가 좋다.

 

 

 

 

 

 

16:19

차를 세워둔 곡성터미널로 가는 길에 만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우리들이 탄성에 황산님이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신다. 모두가 내려 연신 사진을 찍어대느라 여념이 없다. 보성의 그 길에서도, 지금의 이 길에서도 해당 시군의 관계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지난 달 보성외곽의 그 길에서 퍼부어대는 빗줄기속에 묵묵 서있는 메타세과이어나무의 짙은 흙빛이 생각난다. 그 너머 차밭에서는 잘디 잔 잎새들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맞춰 일제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이 빗물이 스며들 걱정도 접어두고 카메라를 끄집어 내서 사진을 찍었다. 그 길을 빠져 나오는 동안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는지 모른다. 

충청북도 청주시를 들어서는 입구에서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근사하다. 오래묵은 나뭇가지들이 뻗어나와 마주 엉켜 그야말로 녹색터널을 이룬 곳이다. 누구든 그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환호를 하지 않을 수없게 만든다.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어느 해 서울의 정부기관에서 청주시로 감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이 길을 들어서면서 감명을 받아 감사를 순조롭고 너그럽게 치루고 갔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로수를 꾸미는 사람들에게 갖는 믿음의 포상인듯 했다. 

 

세번째 오게 되는 곡성터미널. 이제 세 대의 차에 나눠타고 대전과 서울로 나뉘어 가야한다. 남원춘향제를 못 보게 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나마 도보길이 끝나는 시점을 기다려 비가 오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이제 6월의 첫째 주 토요일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그 동안은 더디게 흐르는 시간속에서 각자의 일상 속 각기 다른사람들과 지내야 하지. 그리고 틈틈히 비집어 들어 올 어제오늘의 사연과 정겨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게 되겠다.  

 

 

 

날    짜 : 2007년 5월 6일 일요일

날    씨 : 흐린 후 비

소요시간 : 5시간 40분

거    리 : 20.5km 누적거리 204.4km

동 행 자 : 둔장, 황산, 보보스, 플러스, 산그리고, ⓢⓤⓝ, 감자, 강산에(8명)

소요비용 : 이틀간 \ 25,000+@

코스 :

ㆍ09시 40분 : 곡성터미널 출발

ㆍ10시 35분 : 신리마을 버스정거장 휴식(15분)

ㆍ12시 00분 : 백곡리 지수정 정자 휴식(15분)

ㆍ12시 22분 : 도경계 지남

ㆍ13시 32분 : 수송제(저수지)

ㆍ13시 50분 : 생촌마을 버스정류장 휴식(18분)

ㆍ14시 50분 : 남원 공예(목기)단지

ㆍ15시 20분 : 남원 도착(점심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