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을 열었다.
맥주는 간데 없고 소주만 들어있다.
별 수없이 소주를 글라스에 따르고 다시 배즙을 붓고 먹다 남은 산적담긴 그릇을 가지고 와 의자에 앉았다.
다시 술을...
한 주 내내 술이였다.
어제는 참고 싶었다.
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하고 편치않은 마음과 몸을 하루쯤은 추스려야 했다.
10시 넘어 영은이 전화를 받고는 다시 옷을 주섬주섬 줏어입고 머리를 손가락사이로 빗어넘기고 나갈수밖에....
가까운 곳까지 왔다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이에게는 향기로운 주말밤.
자주 듣던 음악방에서는 원하는 장르의 곡은 안 나오고 이미자노래가 줄기차다.
속해있던 산악회에서 시삽이란걸 맡게 돼 몇시간을 그곳에 쏟아붓었다.
어쩌자고 턱 그런 자릴 맡게 되었나 몰라..
나같은 개인주의자가..
문득 사람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번호를 검색해 통화버튼을 눌렸다 얼른 종료버튼을 다시 눌렀다.
뭐 하러 이시간에 쓸데없는 짓거리를 ...
지금 생각하니 부산에 한다는 전화를 못했다.
벌써부터 벼르고 벼르던 일을 아직도 하지 못한다.
부모님은 무슨 죈가?
어찌해야 할까??
답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는 정말 준비를 해야겠다.
그래..
인정하기는 싫지만...
다시 굴복을 해야 해.
참아내기 힘들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어찌하겠어.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데 그리고 내가 왜 해결을 해야 한다고 고심하는건지도 알수가 없다.
왜 그리 해야만 하는지...
그래.
내 잘못도 인정하지 않을수는 없지.
이런 일도 다 내게서 기인된 일이지.
누굴 무얼 원망하겠어..ㅎㅎㅎ
다 내가 저질러 온 상황이지.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
금새 눈가에 스물스물 눈물이 묻친다.
힘든 이 시기에 다시 힘든 일 하나를 야멸차게 치루어 내야 하는게 실은 버겁기도 하다.
몇 번의 경험을 했잖아.
새삼스러울 것도 없잖아
어둑한 산에서 허우적거리며 길을 ?는 다고 생각하자.
별도 없는 밤.
지도는 있으나 마나 하고 랜턴도 없고 먹을 음료하나 남아 있지않고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스산한 바람소리에 공포심을 부추키는 낯선 소리가 가득한 산속에서 허망한 빈 손짓으로 허우적 거리는 어둠속 절망에 빠졌다고 하자.
덤불과 나무가지와 발밑에 채이는 돌부리에 채여 넘어져 온 몸에 상처로 몰골이 헝편없이 망가져도 그래도 나는 세상밖으로 나가려는 노력은 해야겠지.
그러지.
아직은 세상안에 살아야지.
아직은 ...
싫지만 아직은...
0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