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공간 2005. 6. 5. 00:18
행복에 겨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한 여자에게 상처를 준 한 남자에게는 상처 받은 부모가 있으며, 상처 받은 조부모가 있다. 이렇게 마음의 고통은 대를 이어 내려오고, 그가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 나간다. '화'라는 강력한 에너지를 흡수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은 이 활활 타오르는 에너지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연민'뿐이라고 한다. 상대가 나에게 심한 말을 퍼붓는 것은 그 자신도 화의 고통으로 괴로와하고 있다는 증거이니 그 마음의 고통을 헤아리자고 한다.

흔히 누가 화를 내면 상대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은 잊기 쉽다. 화의 불길에 데인 나만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상대에게 화를 전하는 사람은 그 자신도 화의 불길에 활활 타고있는 사람이다. 모두 '화'라는 강렬한 에너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내게 상처 주었던 사람이 가지고 있을 그 상처를 바라보자. 함부로 내뱉었던 독한 말들과 벌겋게 상기된 얼굴 뒤에 감춰진 그 마음의 고통을 바라보자. 상처받아 울고 있는 그의 마음을 보자. 온 마음 가득히 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퍼질 때까지. 그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 상처를 어쩌지 못하여 내게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자. 그 마음의 고통이 내 온 마음에 퍼져 가여운 마음에 눈물이 흐를 때까지... 그러면, 화는 비로소 잔잔해진다. - 최근주(200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