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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양재역

미라공간 2005. 6. 10. 23:58

비는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번개를 함 해봐아?
예전처럼 한명만 나오면 어쩌지?
그러던가 말던가? 

그녀는 아즉 나오지 않고 있네..
그렇지. 퇴근해 집에 있나보다.
전화를 하자 금세 자신이 디자인한 청바지를 폼 나게 입고 생글거리며 나타났다.
주꾸미볶음을 시키고 냉수를 들이켠 후.
그녀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다...
맥주를 마셨다.
빗소리만치 개운하게 차갑게 달콤 적당히 씁쓰럼 알싸한 맛이 목젖을 건드리며 넘어갔다.
요즘의 내 근황에 대해 얘기를 늘어놓자...기대했던 따끈한 위로를 건넨다.
아! 이런 그녀의 포용력에 반해 나는 언제나 그녀를 거절하지 못하나 보다.

전화가 오네..누구?
친구지지배 핸폰버턴을 잘못 눌러 "누구세요?"
"나야! 용희야!"
그리고 "어쩌고저쩌고...."

다시 전화가 오네.
회사 지은이다!
"왜?"
다시 "어쩌고저쩌고"

전화도 없이 기척도 없이 뜻밖에 어느 남자가 왔다.
이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속 대사를 인용한 사랑타령에 열이 난 시점에 남자가 나타났다.

다시 사랑에 초짜인 그녀의 운명적 사랑론과 지긋지긋 빌어먹을 내 사랑론에 합세해 그 남자의 삼각 관계적 사랑이야기가 버무려져 빗소리와 섞어가고 있었다.

그 남자의 친구가 오고...
비 때문일까?
그놈의 사랑타령은 점차 진지해지고 처연한 음성의 내면으로 물기를 머금기도 했던가..

머리 위 천막으로거세어진 빗줄기가 콩 볶는 소리를 내자 50센치 앞 보도블록위로 내리 꽂이는 빗방울이 미친 듯 부서지며 파편을 뿌리네.
미친 듯...
그리 미친 듯 혼란스런 마음을 다독거리자 해서 나 이러고 있는 건가...
그런 건가?
도랑물을 만들어 가는 비에 무엇을 실어 보내고자 하는 바램 이였을까?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도중 한 남자가 가고..

노래 선곡하는 일 보담 화면 속 가득한 바다와 섬으로 쏟아져 오는 파도에 마음을 빼앗겼다.
검고 다듬어지지 않은 바위의 표면을 핥고 지나는 투명한 듯 다시 보면 시퍼런 물.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제주가 떠올려진다.
가라앉을 듯 다시 출렁이며 떠올라 나아가는 고깃배를 위태하게 바라보다 박자를 놓치고 가사를 바꾸어 버리면서 '한계령'을 불렸다.

가야지...
11시30분.
전철역에 서자 가지가지 취객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얼쩡거리고 있네.
안 취한 척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전철을 기다렸지..ㅎ

0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