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공간 2005. 6. 15. 01:06

030807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욕심이지만 가끔 내 생각도 하고 사는지...

나만큼이나 그러는지..

내가 이만큼이나 이 세월만큼이나 이러고 있는데 너도 얼마만큼 내 생각을 해 줘야 한다는 보상심리..

산을 다녀왔어.

몸이 다시 뜨거워지고 온통 부어올랐어.

힘들었던 탓에 오늘 하루 걷기도 버겁고 눈도 원래만큼 떠지지가 않아.

출근한 어제는 일을 많이 했어.

집으로 와서도 밤늦게 까지 가져온 일을 해.

아직도 나는 내 몸을 닦달을 하고 있어.

다른 생각이 비집어 들어올 틈을 만들고 싶기가 않았어.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게 내 몸에 화풀이를 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 산을 갔는데 실패했어.

버리고 온 것도 없고 담아 온 것도 없어.


스스로 에게 손들고 싶어졌어.

나 좀 말려줘.

네가 내게로 와.

가능하지도 않는 얘기지만..

내게 따끔한 일침을 가해 줬으면 좋겠어.

아니 부드러운 말로 나 좀 위로해줘.


너를 생각하면 네 엄마가 나를 외면하시며 보였던 단호하고 낯선 표정이,

그리고 그 표정을 뒤로 한 채 돌아서 본 네가 다닌 학교의 긴 시멘트벽이 떠올라.

파리한 바람이 불던 20년전의 그 길.


차라리 아무하고나 되는 데로 사랑을 하자.

근데 말이야. 사랑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너와 나처럼 그리 어긋나 버리잖아.

노력 따위 비웃으며 우리가 원치 않는 곳으로 낚아채 가버리는 것.

누나의 남편이라는 작자가 그렇게 끼어들지 누가 알았겠어.

0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