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공간 2005. 6. 15. 01:27

030919

그러지 못한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지금하고 있는 일에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던가. 몹시 아플 거라던가 그래서 죽을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가슴에 불이 일었다.

급작이 뜨거워지고 연기가 들이찬 듯 숨이 막혀오기도, 화상을 입은 듯 통증이 인다.

그런가 하면 심연으로 사정없이 곤두박질치는 듯한 심한 뻐근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더욱이 힘을 잃은 다리를 교차시켜 집으로 오는 길.

가로수 아래 풀죽은 개 한 마리가 주둥이로 조금 난 풀섶을 헤치고 있다.

저 놈은 어쩌자고 저리 처량해 보이는지...

순전히 그 때문인 것 같아.

바람이 스산한 냄새를 풍기며 지나가는 것.

짧은 셔츠를 들쳐 속살에 찬기를 가득 묻히고 나를 움츠려 들게 하는 것...

가로등과 도로 위 방향등이 공중에 무수히 떠있었다.

희끄무레한 하늘가에, 아파트 외벽과, 슈퍼마켓의 지붕위에, 앞서가는 사람의 머리위에...

불현듯 눈에서 열이 났다.

그러다 일제히 모든 등이, 주황색과 초록의 등과 지나는 차들의헤드라이트까지도 접혀진 부채모양의 긴 선을 바닥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젖은 빛을 발하는 그것들이 눈꺼풀을 위 아래로 움직일 때 마다 짧아졌다 길어졌다 를 반복하고 있어.

아래로 향하는 으슥한 골목어귀에 눈길이 갔다.

저 곳으로 가 퍼질러 앉아 제대로 울어보고 싶었다.

이 절제되지 않는 욕구와 비참한 감정덩어리들을 할 수있다면 깡그리 쏟아내고 싶었다.
제발.. 

0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