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산으로**가기
[스크랩] 동산
미라공간
2005. 6. 29. 01:38
밤새 잠을 자지 않고 버틴 덕?에 일찍 도착했다.
인원이 적은 탓에 버스안에 사람들이 없었다.
버스 뒷자리에 가 파커를 뒤집어 쓰고 바닥에 누워 버렸다.
휴게소에 도착하자 친구 영년이 “우동먹으러 가자“
나를 깨운다. “그냥 잘래..“
왕건영화촬영지에서 미리 오셔서 콘도에서 1박을 하신 8분과 합류를 했다.
먼저 언덕위에 서 있던 장영수님 얼굴을 보고, 날씬한 효자언닐 보고, 빨강옷 단단 해수형을 본다. 계단아래로 내려가자 이쁜 이태연언니와 화사하게 웃으시는 김조묘고문님, 씩씩한 상애언니, 그리고 시꺼멓게(실은 구리빛)그을린 경학형, 커다란 남상준님을 차례로 본다.
산행출발지에 내렸으나 여전히 정신이 몽롱하다.
뭐,,그럭저럭 땀 흘리고 움직이다 보면 괜찮아 지겠지.
계곡에 물이 말라버렸다.
그런데도 숲사이 난 길로 들어서자 흙들이 촉촉히 젖어있다.
어제 비가 왔었다네.
숲 그늘이라 그런지 서늘한 냉기가 느꺼진다.
풀벌레 산새울음이 멍한 머릿속을 싱그럽게 정돈시켜주는 듯 하다.
대장님의 말마따나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산행지다.
바위타는 맛. 근사한 전망. 많지 않는 등산객.
아쉬운 것 하나...간혹 바람이 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근석.
정상 못 미쳐 높은 곳에 있었다.
해수형은 아래에서 가져오지 않았을까? 라고 하는데 글쎄...
주변경관도 정말 훌륭하다.
토질이 좋은 곳이라 유독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와 비교해 그 멋스러움은 견줄 수가 없다.
자연스런 곡선미라니...그리고 그 청정한 잎의 색감.
역시 산에서의 오찬은 달다.
찰밥에다 쪽파와 버무린 열무김치는 시원하기도 산뜻한 맛이다.
역시 강성자님을 비롯한 여자회원님들의 맛갈스런 솜씨가 돋보인다.
언제나 꼼꼼히 챙겨오시는 정성에 더불어 감탄이다.
하산 길에 보는 초가집.
티브드라마에서 한 ‘장길산‘촬영지다.
널빤지사이의 초록이끼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할머니집의 툇마루가 생각났다.
여름날 ‘쏴아‘소리와 함께 먼데 산이며 집들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소나기가 쏟아지면 그 마루에 앉아 초가 끝에 매달려 주르륵 떨어지는 낙숫물을 오래 바라봤다.
두 다리를 교대로 들어올리며 그 낙숫물에 발을 적히곤 했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충주호
예전에는 이곳을 자주 다녔었다.
충주댐이 완공되기 전.
지금은 물속에 잠겨 흔적 없는 구단양엘 갔었다.
그곳 사람들의 절규가 ‘이주반대‘프랭카드의 글귀에서 이미 힘을 읽어 초췌해 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벌써부터 신축 및 개보수가 되지 않았을 그곳에는 묵은 판잣집과 허름한 시멘트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신도시건물을 짓느라 여러 곳에서 동원되었을 건설업 인부들로 북적거리던 그곳.
나하고는 아무런 연도 없은 곳이지만 영영 이곳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덩달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다시 신단양으로 갔었다.
황량한 그 곳. 거대하고 무뚝뚝한 다리. 오랫동안 살아오던 삶의 터전을 영영 뺏앗겨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주지 신단양이 새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산허리를 차올라 근사한 호수가 만들어 지긴 했지만 그곳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타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호수아래 고향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뒷풀이 식당엘 갔다.
인테리어도 괜찮은 데다 깔끔한 밑반찬에 멸치,호박, 두툼한 두부가 듬성듬성 들어간 된장찌개로 허겁지겁 속을 채웠다.
음.. 맛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회원님들의 흐믓한 표정..ㅎㅎ
근데 왜 상애언니 미라언니가 술을 안 마시지?
헤어질 시점이였다.
누군가는 말랐다고 그랬지만 튼튼하고 균형잡힌 함문철님, 어린넘을 데려서 더욱이 지친 영미언니 활달한 은숙, 아직도 말도 별로 못 붙여본 문정순님,박일훈님,사진 안 찍을려다가 돌로 구타당할뻔한 조인경님, 그리고 뒷자리 바닥에서 뻗어버린 나를 보고 어이없어하시고 친구영년이에게 젊게 보인 죄로 맞먹을 뻔한 왕승돈님, 이승호님 이천민님,김용호님, 이범한님.
모두 모두 반갑습니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자주 보았음 좋겠습니다.
출처 : 동산
글쓴이 : 백미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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