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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청룡사
미라공간
2005. 11. 18. 00:20
안성 청룡사를 아시나요.
어느 하루 800년의 세월을 지닌 절간을 서성이다 왔습니다.
일주문 안쪽의 고목에서도 오랜 숨결이 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묵은 향내가 짙은 그 곳에서 옛사람의 발자취 손자취를 더듬어 봤습니다.
과거는 과거의 것인 것 만이 아니라 이렇듯 지금에 이르러서도 오롯히 그 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
얼마나 많은 바람과 비와 구름과 밤낮을 그리고 사람과 발달리고 날개달린 짐승의 자취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담고 있었는지...
그래서 이렇듯 오랜 것들앞에 서노라면 절로 겸허의 자세가 됩니다.
풍경.
절간 네귀퉁이마다에 높이 달린 물고기모양의 녹슨 쇳붙이는 바라볼 적마다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깊어져 마르고 말라 어느땐가는 바람속에 실러 흔적을 감추지는 않을까요...
물에 사는 것을 뭍으로 끌어와 높은 곳에 올려다 둔 연유를 알수는 없어 시선을 쉬 떼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해 이른새벽의 부석사에서 물기어린 눈으로 바라본 내게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서러움일랑 내등에 실어라...
가야할 때를 알고 마지막 정염을 사르는 잎새는 또 얼마나 찬란한 아름다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