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토종단-2차3일 070303 강진 장흥

미라공간 2007. 3. 14. 20:45

 

070303

 

국토종단의 두 번째 여행이다.

서울에서 같이 내려가기로 둔장님과 협의한 끝에 그 분의 차로 유성으로 가기로 했다. 나야 편해서 좋기는 하지만 그분은 운전하시느라 힘이 드실 텐데 염려스럽다.

도곡역에서 10시가 좀 넘어 차에 타고 유성으로 향한다.

고속버스 터미널을 찾아서 뒤편에 차를 주차하고 두시간정도 잠을 자기로 했다. 의자를 젖히고 눈을 감았으나 쉬 잠이 오지는 않고 허기가 진다는 둔장님과 소머리국밥집에 들어간다. 종업원인지 주인인지 무뚝뚝하다. 나는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다 야식을 먹는 걸 삼가기도해서 한사람분만 시켜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산에와 통화를 하고 2시에 만나 차에 오르고 나머지일행들을 차례로 만나 다시 전라도 땅으로 내려간다.

만난지 두번째일뿐인데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나는 그런 생각인데 인정없고 냉랭한 데다 변덕스런 내 성미를 다른 일행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이번에는‘장흥‘에 차를 대기로 한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차시간을 기다려 시내버스를 타고 전번의 종착지 ’강진‘에 가서 그 곳에서 다시 출발하는 거다. 장흥읍내에서 아침먹을 곳을 찾아 차를 움직였으나 서울에서는 흔한 야식집을 이곳에서는 볼 수가 없다. 별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과 햇반을 사고 택시주차장의 벤취에 앉아 렌턴을 켜고 라면을 끊여 이른 아침을 해결한다.


6시50분. 

강진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터미널 못미처에 세워달라고 기사님께 부탁을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깐씩 눈을 떠서 차창너머로 보면 낮선 농촌의 풍경이 스쳐 지나고 이른 아침인데도 보따리를 든 아낙들이 여럿 버스에 올랐다.

금세 강진에 도착한다.

 

 

 

 

7시 20분.

버스터미널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정확하게 차가 서고 일행과 함께 내린다.

다시 오늘의 도보행진을 시작하게 된다. 시작점에 앞서 각오를 다지는 말도, 이런저런 격려의 말도 없이, 기념사진도 찍지도 않고 각기 배낭끈을 다잡아 뒤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며칠 전부터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다행이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올 거라는 둔장님의 말을 듣자 더 심란했다. 어제도 왔었는데 내일도 또 와야 하냐는 푸념을 한다. 오늘은 내일을 대비해 좀 더 많이 걸어야 할 터였다.

 

 

               

 

 

아침안개 속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들판에는 보리가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밋밋하지만 부드럽고 너그럽고 잔잔한 풍경이다. 강진에는 골목길의 깔끔함도 그러하지만 국도를 이어 다듬어 놓은 동백이며 측백나무를 비롯한 가로수가 잘 정비되어있었다. 제주도 동백만큼은 아니지만  큰 꽂송이가 떨어져 땅바닥에 붉게 무더기진 모습이 자주 걸음을 멎게 했다.

도로가에서 멀리보아도 연세가 꽤 드신 할머니 한분이 손을 들어 과감하게 지나는 차를 세우려는 모습을 본다. 용감도 하시지 싶었는데 차들은 한결같이 그냥 지나치고 만다. 시선을 돌려 걸어가는데 갑자기 야!!야! 소리가 들러 바라봤더니 좀 전의 그 분이 그냥 지나치려는 버스를 향해 하는 우렁찬 고함 이였다. 저 연세에도 저렇듯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것에 경의를 표하면서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곳 또한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폐가가 눈에 많이 띈다. 푸르고 싱싱한 들 한가운데 오두막이 서있는 오래 묵은 집. 든 사람없는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풍채를 보여 여지없이 사진기를 들이댄다.

좀 더 가다보니 작은 저수지가로 작은 촌락이 운집해 있다. 비가 온 뒤라 더욱이 물이 많아져 근사한 반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둔장님 걸음걸이가 몹시 빠르다. 따라가기에 버거운지 일행은 자꾸만 처진다. 점점 간격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아예 보이지가 않는다. 서서 기다려도 좀체 보이지가 않아 앉아서 담배를 물었다. 얼마 후 만난 일행들과 버스정류장의 벤취에 앉아 둔장님이 꺼내놓은 간식을 하나씩 먹고 다시 걷는다.

 

 

 


11시35분

장흥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가다보니 오늘이 장흥토요장터날이라고 한다.

호기심에 들어가기로 한다. 넓은 터 한 곁에 야외무대가 설치되어있고 확성기에서 트로트가요가 울려나오고 그 주변으로 시골장터의 진풍경이 펼쳐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간판이 ‘소고기 한근 가져오면 6000원‘ 무슨 말인가 했더니 주변의 정육점에서 원하는 부위의 한우를 사서 식당으로 가져가면 굽고 양념과 야채를 주는데 한근에 6000원을 받는다는 말이였다. 바닷가에 가면 흔히 생선을 사서 일인당 얼마씩 회로 먹기는 하는데 육류를 따로 사고 따고 구워주는 건 처음 본다. 가격도 저렴해서 괜찮은 등심이 한근에 14000원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고기는 저녁에 사서 숙소에서 먹기로 하고 어느 식당에 들어가 매생이국을 시켰다. 파래보다 더 가늘고 부드러운 짙은 청록색 국에 굴이 듬성듬성 들어가 있었다. 막걸리를 곁들여서 밥 반공기와 먹고 나니 허기가 싹 가셨다. 

 

 

 

 

다시 국도로 나가는 다리중간에 앉자 산에와 플언니는 신발을 벗고 파스와 연고를 교대로 뿌리고 바르고 테이프를 감고 신발끈을 동여맨다. 마라톤을 하는 선은 노란색 비누를 꺼내 양발을 뒤집어 문질러 댄다. 그러면 발에 물집이 잡히지 않는다는 노하우다. 나는 저번과는 달리 발바닥의 통증은 별로 없다. 얇은 목 양발을 등산양발속에 신어서 인지 둔하기는 하지만 아팠던 새끼발가락도 이상이 없다.


12시30분

다시 걷기 시작.

꽃동네휴게소에 도착하자 흡사 동물농장에 온 것처럼 닭과 오리와 칠면조와 개들이 무리지어 우리를 향해 소리를 낸다. 간식을 꺼내서 먹고 있자니 오리와 칠면조는 우리가 앉은 곳에 까지 와서 긴 목을 빼고 두리번거리며 쳐다본다. 먹을 걸 나뉘먹자는 건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염탐하는 듯 한 눈초리다.

 

 

             

14시50분

호계터널.

이구간을 지나는데 세 군데의 터널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가다 보니 피해갈 수없는 834m의 굴이 나타났다. 이런 곳을 지나가 본 적이라고는 서울의 매봉터널을 거친 것이 다였다. 원래 정체가 있는 곳이고 거리도 짧아 그때는 알지 못했는데 걸어가다 보니 차 지나는 소리가 무시무시했다. 뒤편에서 차가 올라치면 멀리서부터 굉음이 터널 안을 꽉 메웠다, 양손가락으로 귀를 세로로 접어 전해지는 소리를 줄이려 해도 별 소용이 없는 듯 했다. 어서 빨리 빠져나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어싶어 뛰다시피 걸었다. 불안과 공포스러움은 뒷날에도 쉬 잊히질 않을 것 같다.

터널에서 빠져나오자 비로소 살아나왔다는 안도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해 걸어가다 보니 두번째 터널이 나타났다. 이번구간은 500여m라고 쓰여 있기는 한데 도저히 아까의 경험을 되풀이 하고 싶지는 않아 옆으로 난 길로 돌아가기로 한다. 다행이었다.


16시16분 

갑낭재.

완만한 경사로 이루러진 산길로 접어들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대로 걸어서 버스정류장을 찿게 되면 오늘의 도보행진은 끝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나무가 울창한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교문 앞으로 빽빽한 소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그 사이로 교정이 보인다. 늘 푸른 숲을 지나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심성이 넉넉하고 맑을 것 같다.

마을을 들어섰는데도 버스정류장은 쉬 보이지 않아 다시 한참을 걸어가다 물었더니 다시 바깥으로 난 도로로 가야 한다고 한다.


16시47분

배산리 정류장이라고 쓴 팻말이 보인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장흥으로 가서 주차해둔 차를 타고 숙소를 잡아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긴 시간을 들여 걸어왔던 도로를 담박에 달려 금세 장흥에 도착해 허탈감이 느꺼진다. 새벽에 주차해 두었던 산에의 차에 오르자 좀 전의 터널이 새삼 생각나 멍한 기분이다.


맘에 맞은 만만한 민박집을 찾기가 싶지는 않아 이동하는 끝에 보성을 거쳐 ‘율포해수욕장’까지 내려가게 됐다.

해송사이로 보이는 바다에 눈길을 주는 것도 잠깐. 줄지어 선 민박집 몇 채를 기웃거리다 방 두개를 정하고 짐을 옮겨놓았다.

다른 때 같으면 바다에 온 반가움으로 바닷가 모래를 밟으려 달려갔겠지만 피곤하고 힘든 탓에 방으로 들어가 양발을 벗고 앉았다.

산에와 둔장님이 해수탕으로 가시고 우리는 교대로 샤워를 하고 식사준비를 했다.

장흥에서 사온 한우등심 한근 반이 이렇게 많은 줄을 몰랐다. 먹다가 결국은 남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역시나 산에는 술을 더 마셔야 한다며 성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날 못 잔 탓에 졸음이 급속이 쏟아서 어느 새 잠이 든다.

 

 

* 날     짜: 2007년 3월 3일 토요일

* 소요 시간: 9시간 27분

* 거     리: 31.31km  누계거리 : 86.51km

* 동 행 자 : 플러스, 산그리고, ⓢⓤⓝ, 둔장님, 강산에(5명)

* 경    비 :  이틀간 \65,000

* 코     스:

07시 20분 - 강진읍 삼거리 출발

11시 35분 - 장흥읍 토요장터 (점심식사 55분)

13시 50분 - 꽃동네 휴계소

14시 50분 - 호계터널

16시 16분 - 갑낭재

16시 47분 - 장흥군 장도면 배산리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