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토종단-7차14일 070902 영동 옥천

미라공간 2007. 9. 29. 22:06

 

 

070902

아침에 눈을 떴다. 쇼파에서 자다가 옮겨간 침대가 좁아서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잘 잔 것 같다. 

잠들기 전의 걱정처럼 바닥으로 떨어지지도 않았고 적당한 훈기가 어제의 우중도보에 저하된 체온과 기력을 회복시켜준 것 같다.

 

플언니가 끊인 북어해장국.

먼저번 북한산 산행의 뒷풀이식당에서 맛 본 그 음식이다. 콩나물 북어국에 새우와 청량고추를 다져넣었다.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새우,콩나물,북어가 다 들어가 예전의 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아침준비는 다 됐는데 산에는 좀체 오질 않는다. 그만큼 오늘 걸어갈 코스의 길이가 상당한 걸까.

9시가 다 되어서 출발을 한다. 약간의 부담이 앞선다. 어제도 출발이 늦은데다 우중이라 많이 걷지를 못한 탓에 오늘은 그 만큼을 만회하기위해 빠른 진행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플언니가 빠지고 대신 장끼님이 동행하기로 한다.

날이 흐리기는 해도 설마 비는 오질 않겠지.

 

 

 

 

송호국민관광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다. 입구의 입간판에서 보듯 아름드리 멋들어지게 휘청거리는 소나무들의 자태가 몹시 궁금하기는 한데 시간상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언제고 다시 올 날이있을까 싶은 아쉬움과 기대를 접고 뒤돌아 섰다.

 

 

  

 

 금강천이라고 하는데 압록강을 연상시킨다. 뿌연 흙탕물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강가의 자잘하고 잡다한 것들을 다 덮어두고 있으니 물빛만 빼고라면 풍경은 아름답다.

  

 

 

 

   

 

 첫번째 쉼터. 버스정류장안에 차지하고 앉아 간식을 꺼내다보니 어느새 맥주가 앞에 놓인다.

장끼님 덥썩 소맥을 만들어 돌린다. 술꾼다운 티를 나온다.

 

 

 

 

 

   

 

 길 양옆으로 **상회를 알리는 어설픈 간판을 매달아 놨다. 그리고 담배.

담배를 피지않기로 한 것이 몇 달쯤 됐다. 즐겨 피웠던 것은 아니지만 퇴근하고 집으로 오면 한 두개피. 그러다 술자리를 갖게 되면 다음날 목이 아플 정도로 피워대곤 했다.

어느때 부턴가 ? 그게 아마 모 연예인의 페암사망이후 정점을 이룬 것 같았다. 꺼져가는 쉰 목소리로 티브에 나와 담배를 끊으라고 호소하던 그 시점이후 금연열풍이 더욱 거세게 불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점차 담배를 사는 일이 부담스러워 졌다. 주변에 금연자가 넘쳐나다 보니 내 돈들여 담배를 사면서도 공연한 눈치가 느껴졌다. '아직도 담배를 피나?'라고 생각하며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왠만한 모임에 가서도 담배를 문 사람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국토순례팀중에도 아무도 없다. 어느날 생각해 보니 담배를 피면서 갖는 스트레스가 만만치가 않았다. 피면서 "이러면 안되는데.. "라는 자괴감이 들어 그나마 가끔 피던 것마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술이 과하면 그리고 그 자리에 흡연자가 있으면 한 두개피를 물게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그걸로 끝이다. 다음날 아침이면 속이 머쓱거려 담배연기조차  맡기가 싫다.

 

개조심.

꽤 우람한 녀석이 목청을 돋구어 날� 줄 알았는데 에게? 머리통도 작은 것이 개집에서 불쑥 나오지도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왈왈거린다. 그 놈의 겁많은 순한 눈을 보니 다가가 아래턱이라도 친근하게 만져주고 싶다.

 

 

 

 

 

 빈 집의 마당가에도 풀이 나고 꽃이 핀다. 허물어 질듯 간신히 지탱하고 서있는 벽이 기력떨어진 노인처럼 보여 안쓰럽다. 쩌면 문짝 떨어진 방에도 날아온 흙먼지에 뿌리를 내린 잡초가 무성할 지도 모른다.

 

 어째서 포도나무위에 비닐을 쒸워놨는지 알지못했다. 들어 보니 새들의 부리로 부터 보호하기도 하고, 일조량 절을 하기도, 비로 해서 과일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위해서라고 한다.

 

 

 

   

 

 길들여 지지않는 산에의 발바닥, 그리고 발가락.

오늘도 신발을 벗고 양발을 벗고 발가락을 잡고 붕대를 감고 있다.

감자님의 배낭에서 나온 파인애플을 나눠먹고 다시 걸어간다.

흐려서 좋은 날이다.

 

 

  

   

 

 누군가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기에 봤더니 풀언니다.

국악의 거리에 들어서자 난계사당과 국악기 체험 전시관이 있고 소공원처럼 꾸며 놓았다.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차에 싣고 온 먹거리들. 처음 들어보는 '도리뱅뱅'이라는 음식이름. 도리는 일본말로 새라는 뜻인데 새처럼 뱅뱅거린다? 라는 뜻인가? 튀긴 작은 생선을 양념해서 다시 구워낸 것 같아. 매콤하고 쫄깃하다. 그리고 어죽. 밑반찬까지 다 챙겨서 오느라 바빴겠다. 플러스님의 마음씀에 감동...

 

 

 

 

 

 호서루라고 한다. 문화유적지라고 하는데 어느 시대의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친다. 여드름춘향과 방자형이도령.

 

 

 

 

 

걸어가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차로 이동을 하노라면 쉬 볼 수없는 것 들이다.

반짝이는 얕은 비닐로 만든 곰의 모형, 그리고 어느 곳에서는 풍선형 돌고래를 띄워놓았다. 둘 다 가벼워 바람에 휩쓸려 심하게 바둥거리며 눈을 부시게 하니 새들의 접근을 막기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듯 하다. 인간의 지적 수비가 재미있다. 붉은 빛으로 영글어 가는 사과를 보자며 나부터도 군침을 돌아 손을 뻗혀 따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된다. 들판의 곡식이며 과일이 누가 씨를 뿌려 가꾸는 것에 대한 개념이 새들에게 있을 턱이 없다.  그 들에게는 누구의 것이 아닌 그저 들짐승 날짐승의 먹이일 뿐이다.

 

 

 

 

    

 

 일부러 한적한 시골길을 택해 걸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높이 5m가 넘을 것같은 대형 시멘트 구조물이 있다.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짐작컨데 빗물이나 개울물을 담아서 가뭄때 내려서 쓰는 일종의 물탱크가 아닐까싶다. 이런 것이 걸어가는 동안 길가에 몇개씩 세워져 있었다.

 

 9월초 어김없이 가을이 오는 징조가 보인다. 벌써부터 아침저녁 서울의 골목에서는 스산한 기운이 감지되곤 했다. 가을이라니... 그러고 보니 비가 온 어제에 이어 흐린 오늘은 가을처럼이다.

 

  

 

 

 

 

 심천교를 지나자 지프내공원이다. 공원이름이 어째서 지프내인지? 새삼 지금 궁금해 졌다.

작고 한적한 공원의 한쪽에서 몇사람이 등나무에 앉아있고 안쪽으로는 잔뒤위에 난데없는 텐트가 쳐져 있었다. 아니? 공원을 세 냈나? 관리인이 없는 건가? 도심지의 공원같으면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이다.

저렇게 며칠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 앞으로 강이 있으니 낙시꾼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게다가 식수대며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경관도 좋으니 말이다.

 

 이 곳에서도 산에는 무릎위로 발을 올려놓고 양발을 벗는다. 다시 연갈색 테프를 칭칭 감겠다. 

처음 참석한 장끼님은 지친기색이 전혀없다.  앞서 걸어가는 뒷태를 보면 덩치 큰 초등학생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럴때 마다 피식 웃음이 머금어진다.

 

 

 

 

 

 

 이 나비는 카메라를 대고 셔터를 누르자 위험을 감지했는지 몹시도 파닥거렸다. 그러면서도 날아가지는 않는다. 흡사 핀이나 접착제로 고정을 한 듯 하다. 용기를 얻어 더 가까이 렌즈를 들이밀고 연사를 해도 붙어서 바둥거릴 뿐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생명을 위협받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구간의 마직막 휴식인 것같다.

충남 서산에서 온 허재호님이 힘들어 보이신다. 어제 해남에서 북일면까지 30여 km를 혼자 걸어와서 다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우리에게도 첫구간이 길고 가장 힘이 들었다. 게다가 어제 종일 비가 내렸으니 얼마나 힘에 부첬을까 싶다. 낮술은 마시지 않는다는 그가 컵에 소맥을 부어 마신다.

 

 

 

 

 

 

 허재호님이 뒤처진다 했더니 감자님 또한 걸음이 더디어 지고 있다.

도와 줄 방법이 없어 딱하다.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로를 하고 각자 묵묵히 걸어간다.

옥천군 ***라는 표지판이 보이기는 하는데 이곳이 종착지는 아니것 같아 산에가 지나쳐 가 버렸다.

뒤에서 달금박질 소리가 났다. 훨씬 뒷쪽에서 오고 있을 줄 알았던 허재호님이 옆을 스쳐 �어간다.

조금있다 선도 뜀박질을 하기 시작한다. "걷기가 힘들면 �어라!" 국순도팀의 새로운 격언?

 

 왼쪽으로 낡은 버스정류장 표지대가 서있고 맞은 편으로 대형간판이 식당임을 알리고 서있다.

혹시 그 곳에서 앞서 간 산에와 선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저 곳을 지나갔을까?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실망도 없을 것이다.  마음을 다 잡고 지나쳐 가려는데 오른쪽 식당앞에서 선이 부른다."여기요!! 여기"

드디어 끝이다. 그 앞으로 가자 허재호님이 보이질 않는다. 둘러보니 개울가에 가서 발을 담그고 있다.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뒤이어 얼굴이 벌개진 감자가 도착했다.

 

아침에 미리 가져다 둔 산에의 차에 올라 하루를 걸어온 길을 그대로 되돌아 가 양산보건소에 갔다. 그 곳에 허재호님의 차가 있기 때문이다.

허재호님과 작별을 하고 우리는 대전으로 향했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는 서울로 돌아온다.

 

 

 

▶날      짜 : 2007년 9월 2일

▶간      곳 : 충북 영동군~충북 옥천군 청성면(묘금리)

▶시      간 : 둘째날 8시간 37분

▶누계시간 : 115시간 01분

▶거      리 :  둘째날 29.7km

▶누계거리 : 351.6km

▶동 행 자 : 산그리고, ⓢⓤⓝ, 감자, 강산에 / 플러스, 장끼, 허재호(1일 합류)

▶소요비용 : 이틀간 56,400원    

▶코      스 :    

  

ㆍ08시 53분 : 양산보건소 출발

ㆍ09시 12분 : 송호국민관광지

ㆍ10시 08분 : 죽산리버스정류장(휴식 10분)

ㆍ11시 14분 : 기호보건진료소(휴식 16분)

ㆍ12시 20분 : 난계사당(중식) / 13시 20분 출발

ㆍ14시 20분 : 심천삼거리(공원/휴식 15분)

ㆍ15시 12분 : 단전사거리

ㆍ15시 51분 : 길동버스정류장(휴식 24분)

ㆍ17시 30분 : 묘금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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