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토종단-10차 071201

미라공간 2007. 12. 6. 13:54

 

071201

어젯밤 짐을 꾸리느라고도 그랬지만 다른 일도 있어 늦게야 잠자리에 들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를 걱정하면서 눈을 감았는데 역시나 쉬 잠이 들지는 못한다.


4시 반을 알리는 알람과 티브가 켜지고 나서도 몇 분을 미적거리다 일어났다. 대충 씻고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물봉투를 통째로 배낭에 담고 다시 준비물리스트를 체크한다. 5시에 집에서 나섰는데 잊은 게 있어 다시 들어간다. 전철정기권을 빠트리고 온 것이다. 다시 몇 발자국 걸어가다 차도로 접어들기 전 또 다시 빠트리고 온 것이 생각이 났다. 이번에는 카메라배터리를 두고 왔다. 여벌분이 배낭주머니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약 그 배터리가 충전이 되지않은 것이라면 어쩔까 싶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충전기에 있는 것을 빼가지고 나왔다.


택시를 탔더니 새벽이라 금세 도곡역에 도착한다. 도곡역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5시 28분에 첫차가 있었고 이미 가버린 후다. 보보스님에게 전화를 하고 전철에 올랐다. 이른 시간이라 언제나처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어째서 이 시간이 이리 많은지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시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눈을 감고 뜨기를 반복한다.

도착지 야탑역에 내려 3번 출구를 찾아 올라갔다.


한 달 전과 같은 짙은 안개는 없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차가 조금씩 밀리고 문득 동쪽하늘에 예의 말간해가 솟고 있었다.

괴산을 지나고 이제는 중원군에서 충주시로 편입되어버린 수안보를 향해간다. 언덕배기하나를 넘어서려는데 유난히 산등성이에서 희고 짙은 안개가 넓게 걸쳐있는 듯 보였다. 다가갔더니 스키장인지 눈썰매장인지 사조리조트라는 간판을 단 곳에서 기계로 인공눈을 뿌리고 있었다.―이 눈은 다음날 비에 다 녹아버렸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다.

수안보 온천을 지난다. 오랜전과 달라진 듯 보이지는 않는데 어디선가 듣기로는 이곳을 찾는 온천객이 예전 같지가 않다고 한다. 국내에서 유일 하게 모든 온천수를 중앙 집중관리 방식으로 운영을 하며 인체에 유익한 각종 무기질을 함유한 양질의 온천수라는 좋은 평판과 주변의 월악산 및 충주호등의 관광지와 연계되어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말이다. 아마 몇 해 전부터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온천이 많이 개발된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미륵사라는 절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쉬 눈에 띄지않아 일단은 앞으로 진행을 하는데 오르막에서 차 시동이 갑자기 꺼져버리더니 차가 서 버렸다. 이런.. 기름이 남아있지 않았다. 황당해 하는 보보스. 더 이상 오르막을 갈 수는 없어 차를 돌려 아래쪽으로 가면서 급히 주유소를 찾아야 했다. 주유를 하고 연락해서 만난 일행들은 미륵사라는 절 앞에 모여 있었다. '미륵사지'라는 곳과는 다른 곳인데 착각하고 지나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규모가 자그마한 절간. 확장을 하는지 보수를 하는지 공사 중이였다.

한 달 만에 만나는 국순도팀. 의외로 인원이 많아졌다. 올지말지하면서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던 산에와 선과 그 남편과 감자가 나와 줘서 너무 반가웠다. 덤으로 종산제를 치른다던 필례와 뫼꿈이님까지 와 주셨다. 정작 식단 때문에 고민하던 보라는 급한 일로 불참을 하고 풀언니와 허빵님 그리고 어제 도착한 둔장님까지 해서 11명의 인원이 됐다. 게다가 차가 5대. 이번에도 바람막이가 되어줄  지원군이 많아 든든하다.

급히 조리한 꼬치와 김밥을 늘어놓고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발한다. 이번 구간은 거리가 짧아 출발부터 여유롭다.

 

 

 

지난달 종착지 태성삼거리로 가기위해 차에 올랐다. 오늘의 출발지에 도착해서는 산에가 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찾는다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불과1-2분전에 만졌던 차키가 어디로 갔을까했는데 배낭 바로 옆 그물주머니에 들어있었다. 이런....나도 가끔 그러긴 한다. 집 앞에서 당황해 한 적이 두어 번 있다. 65L 배낭 앞부분의 주머니에 키를 넣은 것 같은데 보이질 않아 주머니마다 샅샅이 몇 번을 뒤적여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배낭을 다 뒤집은 적이 있었다. 침낭 꺼내고 옷, 코펠 등등 모든 것들을 다 끄집어내고 나서야 맨 밑바닥에 깔려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알고 봤더니 그 배낭 앞주머니의 아래쪽이 막힌 게 아니라 안쪽과 연결이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주유소를 겸한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가려는데 뫼꿈이님이 양발과 신발을 벗으셨다.

산길의 퍼석한 흙 위를 디디는 것과는 달리 시멘트길이라 딱딱해서 좋지는 않을 텐데 게다가 발이 시리지 않을까 싶어 염려스럽다.

호기심 때문일까? 얼마쯤 가자 감자도 양발과 신발을 벗어버렸다.

 

 

   

 

오늘 걸어가는 길은 계절로 치자면 그야말로 한겨울 그대로의 모습이다. 을씨년스러운 거리, 찬 공기, 회오리바람을 만들고 가는 큰 덤프트럭의 질주, 볼거리가 없는 삭막한 풍경.

한적하고 풍광이 근사한 산길들길을 걷느라 잊어버렸던 큰 차들에 대한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움츠려드는 어깨. 차가 지나고 나면 와락 달려드는 바람에 휘청거리는 몸, 그러나 멈출 수도 뒤돌아 갈수도 지나는 차에 오를 수도 없다. 피할 수 없다. 그저 가야한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좀 더 진행을 하고자 하는데 어디쯤에 식당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많던 ‘가든’ 이라는 거대간판을 붙인 식당들은 종종 다가가 보면 폐업이라는 표시도 없이 문을 닫아걸고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적이 왕왕 있다. 역시 과하면 부족한만 못한 것이라 무성하게 생겨난 식당들이 점차 도태되어가는 중인가 보다.

궁리 끝에 오던 길을 뒤돌아가서 연풍면소재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길에서도 지나는 사람이 없었는데 손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식당. 올갱이국을 시켰는데 역시 예전의 그 맛은 아니다. 대신 밑반찬은 먹을 만했다.

농한기인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왕래가 없다. 하기는 여름이면 또한 농번기라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계절 내내 언제나 사람이 없는 걸보니  그런 것에 관계없이 농촌인구가 그만치 줄어든 탓이라고 다시 짐작해 본다.

 

 

 

  

  

  

 

 

마애불 좌상.

나란이 석가여래과 다보여래를 모신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절벽을 깎아 그곳에 불상을 새겼다. 흥미롭게도 한쪽 불상에는 코가 없다. 떨어져 나간 것인지 일부러 그리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일부러 저리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으니 저절로 떨어져 나간 것이지 싶다.

 

 

 

  

  

  

  

수옥폭포.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몇 사람은 가지 않는다고 입구의 의자에 앉아있고 우리는 폭포를 보기위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별 볼거리가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 가보지 않는다면 다음에 이곳을 지날 적마다 궁금해 할 것이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실망을 하더라고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들어가는 길이며 벤치 등을 잘 꾸며놓기는 했지만 물이 별로 없는 터라 역시나 폭포라고 하기에는 민망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표지판에 담긴 사진을 보니 수량이 풍부했던 때 찍었던 것이라 아주 근사한 폭포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곳을 다녀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다시 든다. 폭포아래 소에는 시퍼런 물이 넘치도록 담겨있던 때. 그 언저리에서 몇이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던 여름날 이였던 것 같다. 폭포를 보고 탄성을 지르고 몇 분정도 서서 바라보고 주변의 돌들을 밟고 물에 손을 넣어보고는 돌아섰던 것 같다.

 

 

   

 

앙상한 나뭇가지사이로 석양이 기웃거리고 어느새 어둑해질 기미가 보인다. 부쩍 짧아진 늦가을해. 바싹한 낙엽더미를 밟고 지나가며 새삼 이 계절을 실감한다.


처음 참석하신 뫼꿈이님. 술을 몹시 즐기신다. 산에의 주성은 저리가라다. 목적지가 다와 가는 시점에서도 정류소에 앉아 술잔을 꺼내 드신다.  좀 전 선의 배낭에서 꺼낸 복분자다.

  

‘미륵사‘

아침의 그 곳이다. 이곳에서 의견이 분분해졌다가 결론을 내리기를 정규 국순도팀은 그대로 진행을 해서 민박집을 찾아 자리를 잡고 나머지는 차에 올라 따라오고 또 일부는 차량회수를 하러 가기로 합의를 본다.

 

 

                                            

 

걸어가다 보니 주유소라 적힌 곳이 보이는데 좀 전에 사야한다고 했던 부탄가스를 사러 들어간 줄 알았는데 매점에서 나와서는 아래쪽 출구로 가더니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알고 봤더니 그곳의 2층이 민박이다.

한동안 불을 때질 않아 냉방이라 앉지도 못하고 서있자니 발이 시리다. 주인이 방을 치우느라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감자가 선뜻 잡아서는 방들 위를 굴리고 다닌다. 남은 우리는 서둘러 음식준비를 하느라 바쁜데 남자들은 서둘러 술자리를 마련하느라 바쁘다.  잠시 후 차량회수팀이 돌아오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음식을 들기 전에 플러스언니의 생일케익이 올라왔다.

뜻밖에 주인내외가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준다고 하면서 기타를 가지고 올라왔다.

아마도 음악을 전공한 듯 놀라운 실력이다. 주유소보다는 라이브카페를 하는 게 훨씬 적성에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다면 따로 가수를 섭외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래도 보일러에 문제가 있는 듯 방안은 체온으로 약간 데워졌을 뿐 바닥은 조금 미지근해질 정도다. 오랫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던 곳이라 그렇기는 하지만 잠잘 일이 걱정이다.

 

 

▶날    짜 : 2007년 12월 1일(토요일)

▶간    곳 : 충북 괴산군 칠성면 태성리~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사문리

▶코    스 : 태성삼거리~송덕삼거리~꿈꾸는 가야금(청주본가)~청수휴게소~

                 연풍면~신풍삼거리~수옥폭포~은행정교차로~월악산교차로~

                 안보삼거리~월악산주유소(GS) / 1박

▶시    간 : 7시간 40분 (휴식 및 중식 1시간 41분 포함)

▶거    리 : 23.3km 누계거리 : 457.0km

▶동 행 자 : 둔장, 뫼꿈이, 플러스, 산그리고, 허빵, 강사마, ⓢⓤⓝ, 보보스, 필례, 감자, 강산에

▶소요비용 : 60,000원


 

◎ 구간별 소요시간 ◎


    <첫째날 / 총소요시간 7시간 40분, 23.3km>

 

ㆍ08시 00분 : 수안보면 사문리 미륵사앞 도착(아침식사)

ㆍ09시 40분 : 태성삼거리 출발

ㆍ10시 12분 : 송덕삼거리(5분여 휴식)

ㆍ10시 48분 : 꿈꾸는 가야금(청주본가/휴식 11 : 28 출발)

ㆍ12시 10분 : 청수휴게소(7분 휴식)

ㆍ13시 10분 : 연풍 민물촌 횟집식당(중식 / 13 : 47 출발)

ㆍ14시 40분 : 신풍삼거리(휴식 14 : 45 출발)

ㆍ15시 33분 : 수옥폭포(휴식 15 :40 출발)

ㆍ16시 27분 : 은행정교차로(4차선)

ㆍ16시 45분 : 월악산교차로

ㆍ17시 00분 : 안보삼거리

ㆍ17시 20분 : 월악산주유소(GS / 민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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