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산으로**가기

북한산

미라공간 2005. 12. 12. 00:41

 

어수선한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산을 가야했다.
일요일의 마이산 행을 놓쳐버렸음으로 아쉬워하던 차, 용문산정도는 어떨까 했는데 북한산에 가자는 제의가 들어와서 그러마고 했다.
어딜 보나 사람사는 동네가 바라다 보여서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친구녀석의 늦장으로 해서 1시가 넘어 산입구에 도착했다.
중턱을 지나자 언제적 내린건지 모르는 눈이 띄엄띄엄 쌓여있다.
몹시 잘 미끄러지는 나는 그야말로 사뿐사뿐 발을 디디고 다녔다.
성문2개를 지나 백운산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아쉬움을 접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얼마 안 가 산장이 보인다.
파전에 막걸리를 한사발씩 하고 가자는 말에 낡은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화근이였다.
막걸리 한사발이 여러 사발이 되고 우리는 적당히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기는 했는데 산장문을 열자 어느새 깜깜..

덤벙거리고 겨울산 경험도 별로 없는 나와 산행경험이 많다해서 믿었던 그 친구.

산장을 나선지 얼마안돼 벌써 길을 몰라서 엉뚱한 오르막을 가다 다시 내려와 제 길을 찾긴했다.
그럭저럭 내려가자 두번째 산장이 보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 산장을 지나 우리는 곧장 엉뚱한 길로 그만 들어서 버렸다.
그나마 흐릿하던 길은 어느샌가 완전히 없어져 버리고 마냥 가다보니 철조망이 가로 막는다.

다시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그리고 먼 데 불빛을 보고 방향을 잡고자 애를 썼지만 여전히 내리막과 오르막을 거듭했다.
몇 번을 넘어졌을가?

입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

그래도 주저앉을 수는 없어 내 눈과 빰과 팔다리를 느닷없이 낚아채는 나무가지들과 흔들리는 발밑의 돌들과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더미를 헤치고 가는 사이 점점 두렵워 졌다.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지기 전에 119라도 불러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러나 119를 부른다 한들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무슨 소용이 있남...
어쩌면 밤을 이 산에서 보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들로 머리가 아득해져 왔다.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는 조언이 생각이 났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눈이 쌓인 돌들이 다시 얼면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미끄러져서 다치면 정말 대책이 없을 것이였다.
그렇게 몇시간을 헤매고 다녔을까 ..기적처럼 사람 다니는 길이 나타났다.
그 길을 가면서 다시 잊어버리게 될까봐  온 정신을 곤두세우고 걸어갔다. 문득 동행이 그런다. 조계사 불빛이 보인다! 다시 아니 아카데미 하우스라는둥...
정말 불빛이 보이면서 멀리서 건물이 윤곽을 드러냈다..
살았구나..
알고보니 그 건물은 백마유격대라는 부대였고 이곳이 경기도 고양시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지나는 버스에 지친 몸을 태우고 서울로 다시 돌아올수있었다.
끔찍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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