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여행**떠나기

강원도 고한

미라공간 2006. 8. 2. 00:11

 

060606 

한적한 곳으로 눈길을 돌리자 새로 지어 어색하고 비대한 시멘트다리가 눈에 띈다.

그 개천을 따라 멀리서 봐도 몹시 낡은 집이 줄이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희끄무레한 콘크리트 틈새로 날아와 앉은 흙먼지 속에서 빠져나온 잡초들.

그리고 사이사이 키 낮은 민들레가 줄지어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아까의 그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자 길게 늘어선 작업장 같은 곳은 연탄공장 이였다.

이제는 더 이상 구공탄을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는 폐공장.

깨어진 유리창, 뒤틀린 창틀, 내려앉은 문짝. 검게 물든 지붕과 벽과 온갖 낡은 구성물들에서 고단하고 픽박한 한숨이 묻어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석탄을 운반해왔을 그리고 그 석탄을 캐었을 인부들 사람들.

안전모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검은 재로 뒤덮인 얼굴에 흰눈자위가 더욱 희게 번득였을 사람들.

갱도를 빠져나와 석탄 차에 실려 나오자면 마주하는 태양빛에 눈살을 찌푸렸을 그들.

좀 전 콘크리트다리 틈새에서 꽃을 피워 올린 키 낮은 민들레를 떠올리며 그들에 대한 알 수없는 연민이 인다.

그들. 석탄가루를 들이마시면서도 그 해독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했을 런지도 모른다.

목이 컬컬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불쑥불쑥 기침이 쏟아져도 돼지고기 몇 점에 소주를 털어 넣으면 괜찮겠거니 자조했을 런지도 모른다.

아무리 씻어도 온전히 말끔해지지는 않는 몸으로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고 그렇게 하루를 또 하루를 보내왔을 그들.

‘백도 없고 부모 잘 못 만나 못 배워먹은 죄로다 뭐 해 먹을 게 있어야지‘ 탄광촌에서 있었던 누군가의 그런 자조의 한숨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예전에는 이곳에 탄광촌 인부를 남편으로 둔 여자들이 달리 할일이 없었다고 한다.

새벽이면 일어나 일터로 가는 남자의 새벽 상을 내고 아이를 차례로 등교를 시키고 몇 술 아침을 뜨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달리 별다른 일거리가 없었을 것이다.

무료한 시간들을 이웃한 아낙들과 모여 한다는 것이 화투였을 것이다.

하루 이틀 하다보니 재미가 붙기도 해 하교한 아이가 찾아와 밥을 달라 성화를 부려도 잠깐만 ...을 신경질적으로 내뱉다가 남편의 퇴근에 맞춰 마지못해 일어나 집으로 향하는 일과가 되풀이 되곤 했을 것이다.

가끔 갱도가 무너지고 작업자가 다치고 죽는 일이 간간 일어났다.

무슨 말 끝에 ‘남편이 죽으면...‘ 이라고 하면 ’까짓것 돼지 한 마리 잡지 머__ ‘

오래전 이곳에서 일한 누군가의 입에서 들은 이 얘기는 여직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내 일도 아니고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의 일도 아닌데 나는 날카로운 것에 찔려 아파하면서도 빼내지도 못 하는 것처럼 오래 가슴에 담고 지냈다.

사노라면 슬픔만큼 기쁜 일도 즐거울 일도 있었을 터인데 고한역아래 축대에 그려진 해학적인광부의 미소 띈 얼굴을 봐도 무작정 쓰담아 주고 싶을 만큼 애잔함이 인다.

 

 

 

 

 


‘고한‘

검은 담벼락에도 풀이 나고 꽃이 피었다.

그들도 검은 나날들 속에서 흙을 담고 잎을 내고 제대로 된 꽃을 피우고 싶었을 것이다.

광산업이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대체에너지로 밀려 내리막을 가고 대부분이 이곳을 떠나고 난 뒤에도 일부는 떠날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진폐증이라는 병이 얻어 오도 가도 못하고 보건소 약으로 목숨 부지하는 이들이 폐쇄된 탄광촌 주변의 허름한 한 곁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고 한다.


고한에는 다시 사람이 들 끊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키장이 들어선다 한다.

평택동계올림픽을 겨냥한 것이기도 언론에 개장 일자를 보도한 지라 공기를 단축시키느라 이즈음 여기저기에서서 부쩍 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


다시 북적대는 시장통의 식당, 술집에는 탄광촌 검은 사내들을 대신한 공사장인부들이 들이차 있다.

지금의 그들도 예전의 그들이 그랬듯이 고단한 심신을 소주와 술집에서의 실없는 농담거리에 위안받으며 한숨도 간간히..그리고 그들대로의 꿈을 꾸면서 고한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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