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산으로**가기

팔영산-고흥 020727

미라공간 2007. 1. 14. 00:27

 

2002-7-27 

 

실은 며칠 전부터 걱정이 됐다.

태풍이 남해안을 지난다는 뉴스를 본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변동사항이 있을까? 해서 게시판을 수시로 기웃기웃.

 

어쨌든 우리는 남해안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고 난생 처음 와보는 전라도 고흥을 왔다.

팔영산이 거금도라는 섬 안에 있는 줄로 착각했던 나는 언제 섬 안으로 들어왔을까 ?? 고개를 갸우뚱...

차창으로 바라본 바깥의 주차장 시멘트바닥은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다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자 빗방울로 질척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긍 비가 오나보다는 생각으로 방수점퍼를 꺼내 입고서 차에서 내려왔다.

근데 비가 오는 게 아니라 주차장에만 물이 고여서 바람에 잔물결을 이루고 있었던 것 이였다.

아! 잠이 덜 깬 나!

 

고흥에서 가장 높은 팔영산(608.6m). 소백산맥의 맨 끝부분에 위치한 산으로 8개의 봉우리가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아있으며 산세가 험준하고 기암 괴석이 많으며, 정상에 오르면 저멀리 대마도까지 조망되는 다도해의 절경이 일품이라 한다.

산행준비를 갖추고 새벽길을 가다보니 금새 능가사가 나타났다.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사찰로 꼽힌다는 절간은 명성과는 달리 어둠속에 잠겨 흐릿한 윤곽만 보여주고 있어 더욱이 규모가 작아보였다.

절의 한귀퉁이를 돌아서려는데 난데없는 개 두마리가 나타났다. 새벽잠을 깨운게 미안해서 가볍게 아는체를 하고 지나갔는데 어느새 뒤에 따라붙었다. 선두와 후미에서 마치 우리를 호위라도 하는듯 산행을 안내라도 하는듯이 신기한 일이였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지나친 습기로 몸이 몹시 무거워 졌다. 생각보다는 험준한 산세에 놀라고 지쳐 걷다보니 드디어 일봉에 도착한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와 초록의 들과 간간히 앉아있는 집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태풍의 한 자락 같은 세찬바람이 불고 마치 우리는 하늘위에 떠 있는 듯 했다.

발아래 세상은 평화스러워 보였다.

섬 들은 손으로 툭 건드리면 밀려날 것처럼 가볍게 떠 있었다.

오늘처럼 감상적이 되기 쉬운 날.

나는 조금 더 바라보다 금세 코끝이 찡해온다.

 

차례차례 8봉까지를 오는 동안 우리가 임의로 황구와 백구라고 이름붙인 개는 여전히 선두와 후미에서 우리를 호위했다. 얼마쯤 따라오다 자기자리로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줄곳 따라오는 것이 예사로워 보이지않는다. 

어느 갈림길을 만나서 우리가 오른쪽으로 가려하자 후미에 오던 누런 놈은 왼쪽 길에 들어서면서 할말이라도 있는듯이  순한 눈망울을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두어 걸음 가다 다시 우리를 쳐다본다. 이제 작별의 시간인가? 잘 가라 는 인사를 하고 내려가다 보니 길이 합쳐지는 곳에 그 놈이 벌써 와 있다. 아! 제대로 된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려했던 거였다.

좁은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오자 드디어 출발지 못미처 능가사가 나타난다.

개들은 할일이 끝났다는 듯이 멈추어 서서 차레차레 우리의 인사를 받더니 능가사 담벼락에 등을 대고 앉자마자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른 새벽부터 우리들 안내하느라 졸리기도 하겠지.

전생에 이 산하고는 무슨 연이 있었을까.

정상의 바위에 올라서서 먼데를 바라보던 그 놈의 모습이 쉬 잊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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