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산으로**가기

북한산 040901

미라공간 2007. 2. 6. 18:57

 

 

북한산을 갔다.

머뭇거리다 늦게 출발한 탓에 가장 뜨거운 오후에 들어섰다. 

수리봉을 오르는데 급경사가 나타났다. 망설이는 차에 낮선 남자분이 손을 잡아 끈다. 갈수 있다면서 정 무서우면 눈을 감고 걸음을 디디라고 짧은 구간도 아니라 한참을 가야하는 경사길을 다시 보자 울컥 공포심이 밀려왔는데 그 가 잡아끄는 대로 뛰다시피 올라섰다.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내려다 보니 아득함이 밀려온다.

 

다시 가다 몇 발자욱 못 가 그늘을 찿아 앉았다,

얼음을 채운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바람이 분다.

잎들이 일제이 들썩거렸다.

솔나무를 타고 오른 싱싱한 담쟁이, 작고 앙증맞은 잎을 무성히 달고 있는 아카시아, 가는 가지끝에 보라색꽃을 피운 달개비가 바람속에서 파도소리를 낸다.

 

하늘이 높다랗다.

듬성듬성 구름이 떠있다.

향로봉옆으로 줄지어 봉우리들이 서 있다.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새소리, 먼데 자동차의 소음,누군가의 외침,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 지나는 등반객의 수군거림, 개짓는 소리, 나 살아있음! 각기 살아있음이라고 시워하는 소리들...

 

너무 덥다.

다시 나무그늘에 가 누웠는데 울퉁불퉁한 바위의 표면이 일분을 못 견디게 한다.

하얀나비. 저 놈을 보면 슬픈일을 떠올려야 할 것 같아. 아니면 슬픈일이 일어날 것 같이 생각되어져.

지나온 수리봉이 보인다.

 

 

측면에서 바라본 향로봉.

빙 둘러 군데 군데 팻말을 붙혀놨다.

'위험 출입금지. 위반시 벌금이 50만원.'

 

 

비봉

향로봉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향로봉를 지나 어느 나무그늘에 앉았다.

닭고기샐러드를 먹고 남은 물을 마저마시고 먼데 산들과 사람사는 동네를 오래 바라봤다.

이곳에서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내려갈 생각이다.

베낭을 머리에 배고 신발을 벗고 바닥에 누웠다.

하늘을 보자 층층이 구름이 다른 높이에서 각기 움직이고 있엇다.

언제 저렇게 구름을 가까이 오래 바라본 적 있었던가?

어릴 적 할머니집에서는 조그만 창으로도 하늘이 파랗게 다가왔다.

마루에 앉아 점심을 먹을 때도 고개만 돌리면 저렇게 커다란 하늘이 눈앞에 가득이였다.

 

 

해가 지고 있다.

구름을 물들이고 바위와 나무와 세상의 온갖 드러나 있는 모든 것을 선혈빛으로 달구며 떨어지는 해.

노을이 지는 이 풍광을 사랑한다.

 

노을을 보느라 어둑해져셔야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얼마안가 산아래 마을이 있을거라는 누구의 말에 안심하고 너무 오래 머물렸나 보다. 그만 컴컴한 정적과 아둠속에서 갈래갈래 샛길중 하나를 들어서다 길을 읽어버렸다.

계곡을 내려가면 될 것 같은 생각에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가 개울이끼에 미끄러져 발을 적혔다. 한참을 내려왔는데도 가닥을 잡을 수가 없어 다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한다.

대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119에 구조요청을 하셨네. 그래 창피한 일이지만 작년겨울처럼 고생하는것보담 낫지싶은 생각에 체념을 한다.

힘겹게 타고 내려온 바위를 다시 올라가야 할때는 배로 힘이 들었다. 바람이 내는 소리가 스산하게 지나가고 짙어지는 어둠에 무서움이 더해졌다. 다시 계곡을 오르기를 얼마나 했을까. 좀 전의 넓다란 바위에 다다른다. 한숨을 돌리려고 무심코 산 위를 바라보자 솔가지사이로 밝은 빛이 보였다. 야등하는 이들의 렌턴불빛이려니 생각했는데 다시보니 보름달이 뜨고 있었다. 몹시 크고 둥근 달 . 마치 구세주를 만난듯 감격스러움에 무서움이 일시에 사라졌다.

다시 카메라를 꺼냈다. 달과 아래의 야경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아무리 진정하려해도 가파라진 숨을 제대로 고를 수가 없어 몹시 흔들리는 사진. 눈물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형상처럼 세상이 쏟아내는 불빛에 각기 다른 색채들이 현란하게 그려졌다.

 

저 아래 숲속 어디쯤에서 구조대원들이 부르는 소리.

그 들과 산을 내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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