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130
제천으로 가는 길. 시간이 촉박했다. 숄트렉 사장님까지 와 계신다 해서 마음이 급했다.
만나기로한 지점으로 가는 길이 어긋나 외곽도로를 한바퀴 도느라 더욱이 늦었다.
이곳까지 바래다 준 언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기다려 준 이강수님에게도 미안함을 표하고 차에 올랐다.
사장님은 대전으로 먼저 가시고 이제 청주에서 선희씨를 만나 덕유산으로 들어가면 된다.
너무나 졸려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뒷자리로 가 배낭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앞자리의 정겹고 자잘한 대화를 귓전으로 흘려 듣다가 어느새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떠 보니 창밖으로 눈이 펑펑 내리고있었다.
미처 준비를 못한 차들이 도로한곁에 정차에 체인을 감고 있느라 길이 정체되었다. 어저께부터 덕유산에 눈이 내린다는데 이제는 그만 와도 되지않을까 싶다. 산에 올라서도 눈이 계속 내린다면 조망이 없어 사진찍기는 곤란할 터다.
베스트드라이버 이강수님의 덕분에 숙소바로 앞에까지 차를 세워 짐을 들고 아래에서 걸어오는 수고는 덜 수있었다. 들어가보니 이미 20여분이 도착해 식사준비와 술자리를 펼치고 있었다. 인사를 건네자 한마디씩을 한다. 어디 아프냐? 얼굴이 왜 그러냐? 당연하지 그저께 밤부터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세수도 양치도 못했으니 몰골이 어떠한지는 거을을 보지않아도 뻔한 일이다. 데이블위에 놓여있는 족발은 새우젖은 없어 된장에 찍고 배추에 싸서 술과 함께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갔다. 뒤이어 밥과 찌게가 나와 다시 먹으면서 머리속으로는 어서 침낭속으로 들어갈 궁리를 했다.
신녕행사가 있네. 사장님의 말씀에 이어 직원들의 승진인사가 끝나고 감사패 수여가 있었다. 한곁에서 수상장면을 찍고 있는데 불현듯 내 이름이 호명됐다. 어리둥절하는 내게도 감사패가.. 뚜렸이 수고한 일이 없어 민망한 마음이다. 연임하신 팀장과 총무를 비롯 팀원들의 수상이 끝나고 다시 술자리가 벌어졌다. 양해를 구하고 잠자리를 펼쳐놓은 곳으로 갔다. 핫팩을 양발바닥에 하나씩 그리고 허리에 하나를 붙이고 침낭속으로 들어가 커버를 머리끝까지 올렸다. 오늘은 제발 푹 잘 잘 수있게되기를 ...
수선거리는 소리너머로 7시가 넘었다는 팀장님 큰목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는 제대로 푹 잘 잤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며 어수선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건물안이라고는 하나 서늘한 한기에 침낭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형록님과 진희씨가 일찍히 아침을 준비한 탓에 아무것도 하지않고 숟가락을 들게 되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매생이국이라는 건 처음이다. 이름도 익숙하지 않았는데 굴을 넣어 더욱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멀건 숭늉에 커피까지 타 먹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관리사무소 앞 화단에 모여 단체사진을찍고 시멘트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햇다. 태백산과는 대조적으로 산행하는 사람이 많지않아 편하다.
송어양식장을 지나 백련사에 이르른다. 순백의 정적속에 앉아있는 절간. 사진을 찍고 있자니 아래에서 몸집이 작은 스님 한 분이 왼손에 뭔가를 치켜들고 올라와 건너편 으로 가고 있다. 걷는듯 나는듯 사박사박 눈길을 가는 모습이 고요하고 경건하다. 속세의 사연들 추억들 온갖 연들을 다 끊어버리고 기도에 정진해서 일까? 말갛게 삭발한 머리가 흰눈처럼 푸르스름한 빛을 발했다.
급경사가 나오더니 계단이 이어진다. 눈에 덮혀 몇 해 전 보았던 풍경들은 다 자취를 감추었는데 나는 그날들을 끄집어내 되새김질 하고 있다. 잠을 잘 수도 제대로 먹을수도 없어 형편없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때의 내 삶은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함으로서 끝없이 고통을 되풀이 하는 것 이라고 생각되었다. 한발짝 앞에 생과 사의 경계가 놓여진듯 주저않을 수도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었던 날들이였다. 어지러움과 구토증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혐오에 치를 떨면서 이 산을 오르던 던 그 날. 울컥 가슴이 저려온다.
더디어 지는 걸음을 다잡아 오르다 보니 앞서간 이들이 향정봉이라 한다. 정상이라 역시 바람이 매섭다.
이곳에 오니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눈이 흩날리고 있어 아레세상은 뿌?j게 잠겨있다. 중봉을 거쳐 내려가기로 해 아래 산장으로 갔다. 예전과는 다르게 보수가 된듯 규모가 커져보인다. 한 곁에서 앉아 가져온 과메기와 홍어무침을 안주로 차레로 술잔을 들이킨다. 하선생님.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젖가락질 해서 사람들 입에 넣어다 주시느라 바쁘다. 모르는 사람들까지 챙겨먹이시느라 수고하시는 정겨운 모습을 보자니 사람답게 사는 것이 저런 모습이려니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고마운 분들이다.
스키장까지 곤드라를 타고 오신 사장님이하 팀원들과 합류해 하산코스를 변경했다 중봉을 거치지않고 바로 내려가기로 한다. 향정봉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 곤도라를 타고 내려갈 팀과 칠봉을 거쳐 가는 팀과 오던 길을 되돌아 가는 팀이 나뉘어 졌다. 스키장을 따라 내려가다 샛길로 빠졌다. 사람이 얼마 다니지않는 길이라 눈들이 가득이다. 좁은 덤불길을 헤치고 가는 동안 이어지는 절경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느라 바빴다. 경사가 급한 하산길에서는 비닐을 엉덩이에 깔고 내려오는라 즐거움이 더해졌다. 인월암에 도착하자 아침에 지났던 수월한 신작로가 나왔다. 아이젠을 벗겨 베낭에 꼿고 걷다보니 매표소에 다다른다. 그 곳에서 전날 만났던 털보라는 분이 웃지도 않는 뚝한 얼굴에 친근한 말투로 맞이한다.
뒷풀이 장소에 가서 뜨거운 김치찌개에 밥 말아먹고 술 몇잔을 마시니 저마다 얼굴이 벌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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