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토종단-8차 071006 보은

미라공간 2007. 10. 10. 17:54

 

 

071006

4시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금호역에서 출발하는 첫 전철이 5시44분. 예상외로 사람이 많아 당연히 앉아서 갈 수있을거라는 기대는 깨져버린다. 전철내부에는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 일찍 일을 시작하는 직종에 종사하시는 것이 아닌가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간간히 등산복을 입은 사람. 드물게 보이는 여자들.

 

도곡역으로 와서 다시 보정행전철을 갈아타야했다. 첫차는 이미 가버렸다. 할일없이 서성거리며 둘러보았더니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야탑역에 도착하자 3-4분가량 늦었다.

덕렬형은 혜화역에서 첫차를 탄다고 했는데 나보다 두번 정도의 배차간격이 있는 듯 더 많이 늦어진다.

 

오랜만에 보는 보보스님.

하고있는 사업이 한참 성수기를 맞아 바쁘다고 한다. 게다가 겸업을 하고있는 횟집은 주방실장이 바뀌는 바람에 또한 신경 쓸 일이 많아 정신없이 보낸다고 한다. 같이 가고자 하는 것이 실은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벌써부터 염려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옷차림을 보니 이상스럽다 싶었는데 결국은 목적지에 다와 가는 시점에 넌즈시 고백할게 있다면서 꺼낸 이야기가 서울로 되돌아 가야한다는 말이였다.

고마움에 앞서 미안해진다. 내가 은근한 강요를 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심적 부담을 안겨준 것은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신을 해야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이만한 나이 이만한 경륜이면 미리 헤아릴 수도 있는데 말이지. 대체로 사람들에게 무심하다보니 정말 몰라서 그러기도 하고, 은근히 언질을 주거나 웬만큼 알려줘도 눈치를 못채거나 모르는 척 넘어가버릴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무심하고 귀찮아하고 단순해 질려고 하는 이 습성.

 

금강휴계소에 이르기전에 산에와 통화를 하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다행히도 아직 출발을 하지않았다고 한다. 휴게소로 들어온 산에와 만나고 보보스님은 다시 분당으로 돌아간다. 지면을 빌어 다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다시 한달만에 만난 국순도팀.

8차 참가자 명단에 강산에+1명이라고 기재가 되어있었다. 문득 필례님이 떠올랐는데 짠하니 나타나 있었다.  출발지 옥천군 묘금리에서 사진 한장 찰칵!!!!

 

너무나 자주 보게 되는 빈 건물이다. 아마 주택은 아니고 외양간이거나 잡다한 것을 두는 창고이거나 했던것 같다. 빈집 빈 건물이 이리 많다니... 대도시에서는 집 없고 땅때기 한조각 없는 사람이 수두룩 한데 말이다.

 

 

 

 

 

시월은 가을.

저수지에 담긴 하늘은 더욱이 짙푸른 청색이다. 산이 성큼 들어서자 나무가, 올망졸망한 집들이 덩달아 시린물에 몸을 잠그고 있다. 따가운 햇살을 담은 바람이 불자 둑가의 잎새들이 사그락사그락 일제히 몸을 뒤척이고 있다.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바람이 이끄는대로, 물결이 흐르는대로, 구름이 지나는대로 ..

우리는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

 

 

 

 

  

 첫번째 �터다.

그렇찮아도 뒤쪽에서는 언제 쉬느냐는 원성이 있었다. 큰 길가의 실개천옆에 있는 나무밑에서 볕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자리를 잡고 보니 저만치서 손수레를 끄는 두 분이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지나가면 먹거리를 펴자는 말, 먹다가 다가오면 걷었다 다시 펴자는 말로 의견이 갈린다. 

두 분이 지나고 나자 본격적으로 음식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허재호님이 지난달 주고갔던 소국주를 마셨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큼한 맛이다. 덕렬형은 맛이 이상타하면서 인상을 찡그리는데 내게는 나름대로의 향이 느껴지면서 마실만 했다. 술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은 다 내 혀끝에 닿으면 근사한 음식이 되느니... 

덕렬형의 얼려 온 포도가 아삭하고 달콤시원하게 입안에서 으깨지고 선님의 배낭에 실려 온 복분자또한 달싸한 맛과 함께 짙은 향이 감미롭게 목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여름내 햇살에 달구어진 벼가 무르익었다. 무거워진 이삭이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날을 세운 앝은 볏잎은 투명한 금빛으로 반짝인다. 눈이 부시다. 빛나는 가을이다.  

 

 

 

 

 

 어느 마을이나 어귀에는 대부분 아름드리 나무가 있다. 마을을 지켜주는 파수꾼같은 듬직함을 지니고 서서 이 처럼 길을 지나는 나그네에게 휼륭한 쉼터를 제공해 준다. 문득 모든 사물들에게는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 새삼스레 와 닿는다. 돌맹이 하나,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 낡은 플라스틱의자 하나도 각자의 역활이 있어 우리네 삶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 생각해 보면 소홀히 여기는 것중 실은 소중한 것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언제나 감사히 생각해야 할 것이였다.

 

필레님의 담배피는 모습을 찍자고 풀언니 몰래 카메라를 뒷통수에 댄다. 종단을 시작한 올 2월에는 나도 저렇게 한곁에 비켜앉아 담배를 물곤 했었다. 무덤가에서, 학교담벼락에서, 나무에 기대어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내곤 했었다.

 

 

 

  

 

 여름내 차양막아래서 생생하게 잎을 내고 탱글탱글한 꽃을 피워냈던 인삼밭. 그 안에서도 가을은 잎사귀를 여위게 하고 있었다. 시나브로 붉은 물을 들이고 이윽고 잎을 떨꾸고 나면 스산한 바람이 불겠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다시 어느 길 위에 서 있을까? 

 

 

 

 

 

 세번째 휴식시간이다.

필례님이 가져온 밀감통조림, 감자의 키워. 그리고 허재호님의 소국주.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좋은 사람

과 함께 좋은 음식과 좋은 술과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있을수 있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던 중이였을까? 모두를 일제히 활짝 웃게 만든 것이 무엇이였을까? 

 

 

 

 

 

 

 바람에 휘청거리는 벼이삭을 바라보며 추수가 머잖았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어느 곳에서는 별써 추수를 하고 있다.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빨간기계가 툴툴거리며 지날 적마다 차곡차곡 빈 다발이 가로눕는다.  바라보는 객의 마음도 넉넉해져 오는데 봄부터 모를 심고 공들인 농꾼의 마음은 얼마나 뿌듯할까 싶다.  

 

 

 

 

  

 

 양반다리 하고 앉아있다가 갑자기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을까? 아니면 몸 어딘가 불편한 듯 해서 풀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언제나 어디에서나 으싸으싸~~~

나중에 들은 얘기. 운동을 하게 된 동기가 아들과의 약속때문이였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아버지 - 공부좀 하지. 네가 공부하면 담배끊을께.

아들 - 담배끊으면 공부 열심히 할께요. 

그래서 딱 한개피 피고 몽땅 남은 금쪽같은 담배를 그 자리에서 가위로 싹뚝 잘라버렸다네. 그리고 아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아버지는 열심히 운동했데. 그렇게 담배를 잊기위한 안간힘을 쓰다가  서서히 담배중독에서 벗어나 운동중독으로 빠져들었다네. 

 

 

 

 

 

 마을의 공동 빨래터. 반듯반듯하게 만들어 옛스러움은 덜하지만 그래도 저런 곳에서 비누칠 듬뿍 하고방망이질 퍽퍽 하면서 말간물에 헹구어 내는 빨래맛이 얼마나 좋을까싶다. 

나무그늘아래 앉은 여인들. 빨래터의 수다를 재현하고 있다.

 

어느 집 아궁이에서는 이른 저녁 준비를 하는지, 군불을 때는 것인지 알 수없으나 마른 솔가지 태우는 냄새가 난다. 소똥냄새와 더불어 전형적인 우리 농촌의 향기로움이다.

 

  

  

 

 해가 지고 있다.

간혹 보이는 억새는 바람이 스칠 적마다 '가을이야 가을이야'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을 적 마다 나는 가슴이 저려온다.

 

 종착지가 얼마남지 않았을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앞서가던 산에가 소식을 전한다. 광원씨가 곧 도착한다고 한다. 삼거리 공터에서 하리없이 서성이는데 낮선 봉고차가 선다. 유리창 안 운전석에 앉아있는 광원씨를 나는 미처 알아보지도 못했다. 누군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걸어오는데 둥글둥글한 배가 더욱 돋보이는 옷을 입은 친근한 얼굴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머금은 광원씨다. 

 

차에다 배낭을 실어두고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서쪽하늘 붉은 해가 이윽고 넘어가 버리고 어둑해 지기 시작했다. 민박집을 정하지도 않았는데 출발지에 두고 온 차도 회수하러 가야했다. 다행이 필례님과 광원씨가 있어 부탁을 하고 우리는 계속 진행을 했다.

 

속리산으로 가는 말티고개입구의 식당에서 어렵게 방을 구하게 됐다. 

이 곳이 이장님댁이라고 하시는데 일행이 많은데다 바깥에서 조리해서 식사를 한다고 하자 이런저런 걱정으로 안주인이 망설이신다. 여러 까다로운 주문과 다짐을 하고 나서야 방을 빌릴 수가 있었다.

방 두개와 앞의 정자같은 곳을 50,000원에 얻게 되었으니 잘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방으로 들어가 보일러 전원을 켰더니 금새 방이 따끈해 졌는데 그러고 나서 할 일이 없다. 배낭를 비롯한 식사재료등이 모두 차에 있기때문이다, 샤워도 세수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방에 들어가 뒹글뒹글 따�한 바닥에 배를 대고 시체놀이를 한다.

 

허재호씨가 도착하고 뒤이어 필레님, 광원씨가 와서 본격적인 식사준비와 함께 술자리가 마련된다.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온 정우,영미씨가 도착했다. 초행이라 길을 찾는라 청주쪽에서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 다시 선희씨와 동행이 들어온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넓직한 정자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다시 방으로 옮겨 계속되고 시간은 자정을 넘긴다.

 

 

 

 

▶날             짜 : 2007년 10월 6일(토요일)
▶시             간 : 첫날 9시간 15분

▶누  계  시  간  : 124시간 16분
▶거             리 :첫날 31.8km

▶누  계  거  리  : 383.4km
▶동    행    자   : 플러스, 강산에, 산그리고, ⓢⓤⓝ, 감자, 보라빛바다, 김덕렬, 필례,

▶소  요   비  용 : 이틀간 \30,000

▶코             스 :
ㆍ08시 35분 : 창성면 묘금리 도착
ㆍ09시 15분 : 청성면 묘금리 출발
ㆍ10시 15분 : 궁촌재(해발 230m)
ㆍ10시 48분 : 궁촌리 마을회관앞(5분여 휴식)
ㆍ11시 10분 : 청성면소재지(중간휴식 : 11시 25분~11시 40분)
ㆍ11시 47분 : 산계삼거리(19번도로)
ㆍ12시 50분 : 원두막식당(중식) / 13시 32분 출발
ㆍ14시 40분 : 능월삼거리(중간휴식 10분)
ㆍ15시 48분 : 상가삼거리(중간휴식 20분)
ㆍ16시 12분 : 장암삼거리
ㆍ17시 08분 : 평각사거리
ㆍ17시 40분 : 구인삼거리(김광원님 만남, 휴식 10분)
ㆍ18시 30분 : 장재리 대궐식당(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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