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토종단-8차 071007 보은

미라공간 2007. 10. 10. 18:03

 

 

071007 

술자리를 방으로 옮기고 정자에서 잠을 잤는데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다. 술탓이였는지 전날의 수면부족이였는지는 알 수없지만 숙면을 한 것같다.

아침은 '감자'가 준비해온 순두부국이다. 전날밤에는 닭고기 칼국수를 하더니 이번에는 감자가 신경을 많이 썼다.  산에와 광원씨는 오늘 구간의 종착지에 차를 두러 가고 난 뒤 교대로 아침을 먹고 한쪽에서는 설겆이를 하고 커피물을 끓이고 배낭을 꾸리며 저마다 준비에 분주하다.

 

6시 반경에 일어난 것 같은데 출발시간은 9시가 넘어버렸다.

도착지에 미리 차를 가져다 두는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린다.  오늘 하루 걸어야 하는 길이를 차로 왕복하느라 언제나 수고하는 산에에게 고맙다.

가장 많은 인원이 출발하게 된다. 지원군이 많아 뿌듯하고 든든함.

 

전형적인 가을날씨. 비가 온다고 했다는데 전혀 그런 기색은 없다. 하늘은 말갛게 씻겨둔 것 처럼 구름도 없이 뽀송뽀송하다.

 

 

 

 

 

 속리산의 테두리를 걸어간다. 이곳으로 올라치면 언제나 차로 지났을 길을 걸어지나는 것에 새삼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다음 어느 때 속리산을 �는다면 이 곳을 지나며 회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수지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숲길이 이어진다. 신선한 공기, 향기로운 숲내음. 걸어가면서 깊은 심호흡을 한다.

빙빙 돌아가는 길이 멀다고 느낀 몇 사람은 숲으로 들어간다. 직선으로 올라가다 위에서 만날 생각인데 언제나 예상과 현실이 맞지만은 않는 법. 오히려 일행중 제일 끄트머리에서 합류한다.  

 

 

 

 

 

 

 말티재를 넘어서자 '둘리의 숲속여행'이라는 테마공원이 나타났다.

선과 풀언니가 달려가더니 덥썩 놀이기구에 올라탄다. 망설이던 나도 달려가 흔들거림을 즐긴다. 덕렬형과 광원씨도 올라타더니 격하게 흔들어 댄다. 거대(비대)한 광원씨의 몸무게를 못 이겨 기구가 부러질까봐 모두들 조마조마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다행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질 않았다.  바라만 보고 있다 호기심이 동해 올라 탄 정우의 기구를 다시 광원씨가 심하게 흔들다 결국은 땅에 떨어트린다.  모래가 뿌려진다. 영락없는 소년과 소녀들의 몸짓이다. 처음에 보았을때는 이 공원을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어린아이들과 온다면 재밌있을 시설물들이 많다. 이름난 놀이동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파가 북적거리지않는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지내다 갈 수있겠다.

 

 

 

  

 

 도심의 시장에서는 야채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이곳에서는 포기가 굵은 배추가 풍성한 잎을 달고 그야말로 널려있다. 얇은 잎사귀가 태양빛을 받아 눈부시다. 이처럼 살아있는 황홀한 연두빛을 본 적이 있었던가.

 

풍성한 수확의 계절.

금빛 논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거미줄에서는 수확물을 포획하는 거미의 몸놀림이 분주하다.  

 

과수원을 지나다 보니 확성기에서 나오는 듯한  라듸오 소리, 그리고 노랫소리가 유독 크다. 처음에는 일을 하다보니 지루해서 저렇게 크게 틀어놓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새들을 �기위한 방편이였다.

가을에는 여기저기서 먹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이 일구어 놓은 과실과 나락을 탐내는 날짐승 들짐승과 산과 들판의 열매를 탐하는 사람들. 산으로 가면 다람쥐 그림옆에 '우리의 먹이를 가져가지 마세요" 라고 쓰여진 문구를 볼 수있다. 얼마나 가져간다고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에게는 고작 간식거리이겠지만 짐승들에게는 생존에 관한 것이니까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산행 후 막걸리와 함께 즐겨먹는 도토리묵을 이젠 덜 먹어야 할까?

 

 

 

 

 삼거리에 도착하자 길가에 줄지어 앉아있다. 왜 하필 길가에 앉아있을까 했더니 그 옆의 수퍼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있다. 이렇게 쭉 늘어서 앉아있는 걸 보니 새삼 많은 인원이라는 게 보여진다. 언제 다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있을까? 아마 종단을 하는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여름내 그리고 가을에 들어서면서 부터 쉼없이 새들에게 경계심과 위협을 드러냈던 허수아비가 드디어 몸을 뉘었다. 이제는 쉬고 싶어. 그렇게 시위를 하는 듯 두 팔을 벌리고 비스듬히 누었다.   

 

 

 

 

 선님이 가져 온 고기양념구이를 펴놓고 술자리가 벌어졌다. 나는 맥주며 소주를 마다하고 음료수만 잘 넘어간다. 그늘에 잠깐 앉아있자니 졸음이 쏟아져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누워버렸다. 뒷편에 있던 필례님도 누웠다. 일행들 한마디씩 하거나 말거나 구름이 흐르는 파란하늘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좋다.

' 우리가 오늘 이렇게 누워있자고 어젯밤 그렇게 술을 마셨나 보다.'

 

 

 

 

 

 

한낮의 해는 뜨겁다. 파란하늘과 뭉개구름을 보는 일이 서울이라는 곳에서는 쉽지않는 일. 실컨 봐야할까. 아껴서 봐야할까.ㅎ 왼쪽으로 있는 작은 개천을 끼고 우리는 줄지어 걸어간다. 물빛이 좋다. 하늘빛이 좋다.

 

 

 전형적인 가을의 풍경. 농꾼들이 지나다니는 좁은 길이 숲으로 줄행랑치고 있다. 그 숲에는 어떤 먹거리가 있을까? 가시를 세운 밤송이와 도토리가 널려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온갖 짐승들의 분주함이 있겠다.

 

 

 

 

 초등학교 총동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부터 무슨 소린가가 들리긴 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하게 생각되어서 귀를 곧추세우며 걷고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무슨 행사를 하나? 동네 잔치가 있나? 아니면 농촌으로 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뭔가를 파는 장사치들이 온 것일까? 나름 추측을 하던 터였다. 

초등학교동문회라니...어느 해인가 꼭 한번 참석한 일이 있었다. 졸업한지 얼마되지는 않았음에도 얼굴모습이 바꿔어 겸면쩍고 어설펐었는데 이마도 지금이라면 얼굴도 전혀 알아보지 못할 터이다. 이름조차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부산의 변두리 우암동. 적기라고도  불리었던 그 곳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가 같은 동네에 몇 있기는 했지만 3-4년 정도가 다였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1-2년만에 또 다른 곳으로 갔으니 말이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물렸더라면 지금까지도 그 시기의 친구들과의 만남이 간간이 이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일찍이 부산을 떠나온데다 당시 전화도 없어 연락이 되지도 않았고 절벽아래 동네였던 탓에 철거를 하고 모두들 이주해 버려 그 곳은 빈 터만 남았더랬다. 그렇게 나의 유년시절은 흙더미에 묻혀버린 것 처럼 흔적이 미미해버렸다.

 

 

 

  

 

 충청북도와 경상도의 경계선이다.

도의 경계를 지나는 곳이니 이곳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모두가 모이기를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경상도 땅으로 들어선다. 종단을 시작한지 16일째다.

 

 

 

 

 프랑카드의 문구가 재미있다. 충북으로 가면 잘 살수있다는 말인데 이런 글귀를 붙여 둘만한 어떤 일이 생겼던 것일까? 옆에 덩달아 걸어 둔 땅을 사고파는 문구또한 연결이 되고 있다. 경상도의 땅을 팔아 전라도땅을 사서 이주하자는 늬앙스가 풍긴다.

 

손두부집을 지난다. 오늘의 뒷풀이집이다. 필례님이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우리는 오늘의 목표지점까지 갔다 다시 이곳으로 오기로 한다. 길을 건너가는 필레님 뒤에다 대고 소리지른다 "혼자 술마시지 마~~"

 

 

 

 

 

 

 

 오늘의 종착지 용화삼거리다.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의자몇 개 놓여있는 작은 공원의 정자에서는 어느 산악회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 놓고  일행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소리를 벅벅 지르고 앉아있는 모양새를 보니 벌써 취한것 같았다. 

뒤이어 오던 일행들이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나는 장난끼가 발동했다.  영미씨에게 좀 전에 지나쳐 온 뒷풀이 식당으로 다시 걸어가야 한다는 농을 하고는 뒤돌아서서 키득거린다.

 

차 두 대에 나뉘어 타고 좀 전의 두부집으로 이동한다. 식당 뒷편의 너른 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찌개를 시켰다. 음식이 상위에 놓였는데 점심을 걸렸슴에도 그닥 식욕이 생기지는 않는다.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다. 중간중간 간식을 잘 먹은 탓인지 걸어오느라 힘에 겨워 그런 탓인지 모르겠다.

 

 

 

 

 비어있는 집의 담을 감싸 오르는 담쟁이도 서서히 가을빛으로 물이 든다.  저 집은 언제까지 지탱할 수있을까?  몇 번의 계절을 거쳐 비바람과  눈더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서서이 무너질 것 같아.

 

 

 

 

 

 이제는 우리가 혜어져야 할 시간 .

어젯밤 묵었던 민박집의 마당에 빙 둘러 섰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한달에 한번은 얼굴을 대할 사람들이다. 만나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새록새록 정이 쌓여가고 있다. 메마른 내 가슴에 간간히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는 사람들이다.

먼길을 달려 온 솔트렉 챌린져팀원들께 다시 감사의 말을 전하며 그리고 지금까지 온 만큼을 함께 가야 할 국순도팀에게도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가을해가 빠르게 기울어 민박집 안마당에도 시나브로 어둠이 쌓이기 시작한다.

 

 

 

 

 

▶날             짜 : 2007년 10월 7일(일요일)
▶시             간 : 6시간 30분
▶누  계   시  간 : 130시간 46분
▶거             리 : 23.0km

▶누  계   거  리 : 406.4km
▶동     행     자 : 플러스, 산그리고, ⓢⓤⓝ, 감자, 보라빛바다, 김덕렬, 필례, 강산에, 최정우, 김선희+1, 김광원, 조영미                   

▶소  요  비  용  : 이틀간 \ 30,000

▶코             스 :

ㆍ09시 05분 : 대궐식당 출발
ㆍ09시 48분 : 말티고개(15분 휴식)
ㆍ10시 15분 : 둘리의 숲속여행(휴식 10분)
ㆍ10시 47분 : 상판삼거리(휴식 10분)
ㆍ11시 18분 : 중판삼거리
ㆍ11시 30분 : 중화마을앞(휴식 22분)
ㆍ13시 35분 : 장갑사거리(삼거리슈퍼 휴식 40분)
ㆍ14시 48분 : 활목고개(충북, 경북도계 / 7분 휴식)
ㆍ15시 35분 : 용화삼거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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