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229
벌써 한달이 지나 국순도가 돌아왔다.
둔장님을 만나 서울에서 일찍이 출발한다. 강원도를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렘을 가지게 된다.
굽이굽이 어두운 산길을 달리고 소나무 숲을 지나고 물줄기를 돌아 미리 연락해둔 민박집에 도착했다. ‘임씨네 농장’이라는 펜션형 민박이다.
2-3인실 작은 방에도 취사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인상적인 것이 양념 몇 가지까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다래주 두어 잔을 마시고 누웠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잠은 쉬 오질 않는다.
080301
이곳은 티브도 없는데다 전화도 잘 연결이 되질 않아 배터리가 얼마 남아있지 않다. 둔장님에게로 온 산에의 전화를 받고 일행을 만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정선으로 향한다.
이제는 지구대라고 이름 붙여진 예전의 파출소에서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을 물어보고 그쪽으로 옮겨 곤드레를 넣어서 끊인 올갱이국을 시킨다. 올갱이는 이제 그만 먹고 싶은 나는 갈비탕으로 주문했는데 먹다보니 제대로 한 선택이었다.
분당에서 새벽에 출발한 보보스는 시간에 맞추기가 힘들어 연하면 출발지로 바로 간다는 연락이 왔다. 그곳으로 향하면서 도착지에 차를 두고 오늘 걸어가야 할 길을 차안에서 답사한다.
잠결에 입고 왔다는 헐렁한 여름바지를 입고 선 보보스의 모습을 보고 모두한마디씩 한다.
조금가다 휴식을 취한다. 아침도 먹지 않고 온 보보스에 대한 배려차원으로 간식과 술과 안주를 나눠먹는다.
어디를 가나 개들이 짖는 소리.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그 놈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든다. 그리고 안녕~~ 인사를 한다. 얼마나 답답하니? 네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거리 중에 하나가 낮선 인기척에 소리를 내고 몸으로, 목청으로 반응 하는 것이지. 달리 무슨 낙이 있을까? 그나마 애완견은 언제나 주인의 보호와 관심과 사랑을 받아 마지않지만 순전히 집지킴이겸 식용을 목적으로 키워지는 특히나 짧은 줄에 묶여있는 놈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연민이 느껴진다. 도대체 인간이 무슨 권리로 저렇게 하는지 말이다. 가둬두고 키워서 식량으로 삼는 짓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힘과 지능이 �어나다고 해서 말이다. 이 땅의 사육되어지는 모든 동물들에게 죄스러움을...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는 석항역을 지나고 기찻길을 건너 걸어간다.
중간에 있는 가계에 들려 오늘 먹을 두부를 미리 사고 다시 가다보니 이곳에도 연탄공장이 몇 군데 눈에 띈다. 거대한 석탄더미가 있는 곳에서 먼데까지 이어진 긴 선로가 얼기설기 놓여 있었다. 아직도 이렇게 생산을 해야 할 정도로 연탄연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새삼스럽다.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로 들어서는 아리랑의 고장 ‘정선‘
정선이라는 지명은 언제나 굽이진 산길과 그 곁의 굽이진 동강의 푸른 물을 떠오르게 한다.
12시 20분, 신동읍 예미입구에 있는 '정원광장'이라는 식당에 도착한다.
일행 모두는 곤드레밥을 주문했다. 그 전에 반찬 몇 가지를 놓고 서둘러 마시는 맥주와 소주로 갈증을 해소한다. 이 곳에서 처음 맛보는 ‘곤드레밥’이라는 것은 강원도 특산물인 곤드레라는 나물을 넣고 밥을 지어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맛깔스럽다. 경상도와 마찬가지로 강원도에서는 음식 맛에 대한 기대는 접어버렸는데 이집의 솜씨가 각별해서 인지 흡족한 맛이었다.
천포삼거리.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표정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어쩌면 저렇게 묘사를 잘 했는지 어쩌면 혹 만든 이가 여자는 아니었을까 싶다. 생글거리는 할미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 고약한 이미지의 할배얼굴.
02시08분
드디어 아침에 차를 타고 지나면서 공포스럽다고 말했던 그 작은 터널이 나타났다.
몹시 길어 맞은편이 까마득한데 차한대만이 빠져나갈 좁은 길이였다. 게다가 이 터널의 내부에는 아무런 등이 없다.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를 가장 두렵게 한 것은 걸어가는 동안 차가 급작이 달려들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좀 전에 보기로는 군데군데 대피공간이 있기는 하였으나 어둠속에서 빨리 찾지 못한다면 우왕좌왕하다 차에 치일수도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했다.
그런데 그런 걱정과는 달리 들어가기 전부터 사진을 찍느라 부산스러웠다.
드디어 마음을 다잡고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해드렌턴이 없는 나는 카메라셔터를 눌러대면서 걸었다. 30여m를 걸었을까? ‘웅‘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해서 귀를 기울여보았더니 뒤쪽에서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와!!! 어떡해!! 차가 오고 있어!! 어디로 가지? 우려했던 긴박한 상황이 생겼다.
벽으로 붙어!!! 이쪽으로 이쪽 ... 여기저기서 허둥지둥 소란이 일었다. 머리카락이 쭈삣거린다. 한쪽 벽에 바짝 붙어서 나는 카메라후레쉬를 터트리고 썬은 랜턴을 흔들어 댔다. 비상대피소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일제이 벽에 바짝 붙어있는 동안 차가 지나가자 안도와 함께 허탈했다. 잠시 맛본 공포가 금새 사라져 버렸다.
다시 우르르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른다. “어마!!! 뭐가 있어!! 귀신인가 봐?” 와~~~ 그 말에 우리는 무섭다며 어둠속을 뛰기 시작했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넘어질까 걱정을 하면서 헐레벌떡 뛰는데 다시 뒤에서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아까처럼 소란이 일었는데 다행히 바로 옆에 너른 대피소가 있었다. 좀 전에는 무섭다고 아우성을 치던 우리들은 이제는 재미있다고 깔깔거렸다. 그리고 계속 걷다보니 맞은편 통로의 빛이 점점커지더니 출구로 빠져나오게 되었다.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한 번도 격어보지 못하고 앞으로도 지나치게 될 일이 없을 16분간의 공포체험이였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나는 툴툴거린다. 도대체 똥강은 언제나 나오는 거지? 한참을 가도 쉬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강줄기는 터널을 빠져나온지 한 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시퍼런 물줄기가 낮은 산을 휘이 돌아 자갈과 모래를 어르면서 흘려가는 모습. 하늘과 구름을 담고 다양한 나무의 형태를 교대로 보듬어 가는 모습. 동강이다.
아직도 땡땡하게 얼어있는 빙판길. 서울에는 봄바람이 넘실거리는데 이곳은 아직도 하얀 겨울속이다.
혼자 뒤처져 걸어가다 보니 위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인다. 어느 빈집의 담벼락에 앉아 곶감과 찹쌀떡을 먹고 있다.
6시18분.
오늘의 도착지.
힘에 겨운 모습들이 역력하다. 31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왔다..
차에 올라 어제 묵은 민박집으로 향한다. 너른 별채로 들어섰는데 을씨년스러운 것이 춥다. 미리 보일러가동을 하지 않아서 인가 보다.
오늘의 주 메뉴는 오리불고기. 썬의 주무기다.
먼저 도착하신 09님이 와계신다. 교대로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쓰고 앉아있다. 언제쯤 보일러가 실력발휘를 할지 알 수가 없다. 밥을 하고 식사준비를 하면서 차를 회수하러 간 팀을 기다린다.
샤워를 하고 난 뒤의 노곤함과 맛있는 음식 앞에서의 설렘. 그리고 적당히 쓴 소주의 맛. 언제나 이 시간이 그렇지만 오늘도 달콤한 저녁식사시간이다.
들길 따라 국토순례 이어가기(13차) 25일째
▶날 짜 : 2008년 3월 1일(토요일)
▶간 곳 : 영월읍 연하리 연하마을회관~정선군 정선읍 가수리(동강)
▶시 간 : 8시간 30분 (휴식 1시간 30분 포함)누계시간 : 191시간 19분
▶거 리 : 31.8km누계거리 : 605.7km
▶동 행 자 : 둔장, 플러스, 산그리고, ⓢⓤⓝ, 보보스, 감자, 보라빛바다, 강산에(8명)
▶코 스 :
ㆍ09시 35분 : 영월읍 연하리 연화마을 출발
ㆍ10시 38분 : 중간휴식 10 : 58 (20분 휴식)
ㆍ11시 35분 : 석항3거리(석항역)
ㆍ12시 20분 : 정원광장에서 중식 13 : 20(1시간 소요)
ㆍ13시 32분 : 신동읍 예미교차로
ㆍ14시 05분 : 고성터널
ㆍ14시 56분 : 동강고성안내소
ㆍ15시 40분 : 중간 휴식 15 : 50(10분 휴식)
ㆍ17시 16분 : 금오곡(가수8경중 제7경)
ㆍ18시 05분 : 가수리 정선초교 가수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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