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종-13차26일 070302

미라공간 2008. 4. 1. 16:22

 

080302

‘임씨네 농장‘ 주인께 인사를 드리고 플래카드에 사인을 받고 길을 나섰다.

 

 

 

  

 

                          

 

 어제와 이어진 동강의 풍경에 넋을 빼고 바라보면서 느리게 걸어간다. 가는 곳곳 강의 맞은편 산에서 흘러내려오던 물줄기가 폭포를 만들고 낮은 기온 탓에 꽝꽝 얼어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봄바람이 살랑대는 도시를 떠나왔는데 이곳에서 다시 겨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절벽위에 유독 멋들어진 소나무 두 그루가 있어 안내문을 봤더니 가수팔경 제2경 오송정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다섯 그루의 소나무가 있어 오송정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는 수령이 천년을 넘었다고 한다. 이 오송정이 나라에 큰 환란이 닥칠 때마다 한 그루씩 죽어 지금은 두 그루만 남아 있다고 하는데 실은 마을주민의 이야기로는 아편을 하던 동네사람몇이서 돈이 떨어져 아편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다섯그루중 세 그루를 잘라 동강에 띄워 팔았다는 말이 있었다. 저런저런.... 참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출발할 때 우비를 놓고 온 것이 후회가 된다. 일기예보도 듣지도 않고 무슨 생각으로 준비도 제대로 하질 않고 서둘렀을까? 적당히 오고 말아야 하는데 평평 쏟아져 내린다면 어쩔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나는 눈발이 나리고 있는 강물 위를 바라보면서 어느새 흡족해 한다. 그리고 산꼭대기에서부터 점령해 오는 뿌연 구름무리에 넋을 빼고 셔터를 눌러대는라 바쁘다.

 

어느 장소에서 이렇게 걸어가는 내내 산과 계곡과 나무와 하늘을 담아내는 반영을 볼 수가 있을까. 어제에 이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동강의 축복을 받은 선택된 사람이다.

 

길이 좁아지나 싶더니 언덕위로 오르는 좁은 시멘트길이 나온다. 이곳까지는 도로확장공사를 하질 않았나 보다.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걸핏하면 주변의 집이며 논밭을 밀어버리고 길을 넓혀대는 것이 언제나 못마땅했다. 나중 친구 산에의 말처럼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을 해야 하는 것이 맞은 말인 것처럼 제발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싶다. 후손에게 그대로 물러주는 것 말이다. 이  자연을 빌려 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혜택을 누리고 살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 한마리가 무료한 듯 서 있다가 우리를 보더니 시선을 고정시킨다. 낮선 사람들이 못내 궁금한 표정이다. 개처럼 짖어대지도 않고 긴 속눈썹아래 순한 눈망울로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음머~~ 하면서 목을 길게 뺀다. 어두운 외양간안쪽에서 작은 머리하나가 삐져나왔다. 송아지가 있었다. 손을 흔들고 안녕~ 인사를 하고 돌아서 걸어왔다.

 

  

 

  

  

  

  

 

이제 동강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는 곳에 왔다. 삼거리에는 예전에 동강을 이용하여 뗏목을 실어 나르는 모습을 재현해 놓아 수로를 이용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왼쪽으로 울창한 솔숲이 이어진 길. 동쪽으로 횡단하는 일반국도 42번 길이다.

 

해발 420m의 솔치재.

싸락눈이 커지는가 싶더니 어느 봄날 백담사의 팥배나무 꽃잎처럼 훌훌 날리고 있었다.

지나는 차들도 뜸하다. 눈이 제대로 쌓이지는 않아 진창이 되어버린 갓길을 따라 고개를 숙이고 걸어간다. 12시를 넘기고 큰 재하나를 넘자 돌연 도시에서 익숙한 아파트가 나타났다. 거대한 닭장 같은 건물이 이 산속 동네에도 점령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좀 더 가자 정선임을 알리는 아치형구조물을 지나 시내로 들어서게 된다.

 

 

 

     

 

  

 

정선재래시장. 마침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좋은 구경거리가 될 걸로 생각하고 들어선 곳에서는 이미 재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대식 구조로 바뀌어 있었다. 시장 안 골목은 지붕으로 덮여있고 규격화된 상점 간판이 줄지어 있었다. 몹시도 많은 사람들을 헤쳐 가며 시장을 기웃거리다 과자와 더덕을 사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가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콧등치기국수를 시켜놓고 얼마쯤 기다리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옅은 흙색의 칼국수가 갓김치와 밑반찬 몇 가지와 함께 쟁반에 담겨 나왔다. 우리처럼 조심스럽게 먹지 않고 후루룩 먹을라치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재미있는 표현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밖으로 나왔더니 포장마차가 눈에 띈다. 막걸리가 마시고 싶은 생각에 다시 그곳에 들어갔더니 하얀 배추전과 신 김치를 넣은 전병이 있었다. 이런 김치전병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라 지나칠 수가 없어 막걸리와 함께 먹고는 기다리는 손님에 밀려 일어났다.

 

 

 

 

  

 

 

 

다시 걸어가야 한다. 역시나 아리랑 산길이 즐비한 정선.

구불구불 고갯길을 돌고 돌아 숨이 차도록 걸어간다. 평지나 내리막은 언제 나타날려나 몰라. 등산하는 기분이네.

 

15시 08분.

오늘의 종착지는 해발 450미터나 되는 반점재였다.



들길따라 국토순례 이어가기(13차) 26일째

▶날      짜 : 2008년 3월 2일(일요일)

▶간      곳 :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정선읍 반점재

▶시      간 : 6시간 23분 (휴식 1시간 15분 포함)누계시간 : 197시간 42분

▶거      리 : 19.4km(누계거리 : 625.1km)

▶동 행 자 : 둔장, 플러스, 산그리고, ⓢⓤⓝ, 감자, 보라빛바다, 강산에(7명)

▶코      스 :

    

ㆍ06시 10분 : 기상

ㆍ08시 45분 : 가수리 출발(정선초교 가수분교)

ㆍ10시 50분 : 중간휴식 11 : 05 (15분 휴식)

ㆍ11시 30분 : 광하매표소 3거리(가리왕산입구)

ㆍ11시 50분 : 솔치재

ㆍ12시 35분 : 관문주유소3거리(용담쉼터)

ㆍ13시 05분 : 정선읍

ㆍ13시 25분 : 점심식사 14 : 20(55분)

ㆍ15시 08분 : 반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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