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국토종단[해남-고성]

국종-14차28일080330

미라공간 2008. 5. 7. 09:33

 

 080330

문을 열자 어제 종일 내린 비로 씻겨진 대지와 청량한 공기가 코끝으로 달려든다.

개천과 맞은편의 숲으로 향해있는 테라스는 다음에 꼭 와 보고 싶은 욕심을 나게 할 만큼 근사하다. 그럴 수있을까? 언제쯤 이 곳을 다시 오게 될 날이 있을까...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간밤에 내린 비로 흥건해진 길 위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흙내가 묻어있는 바람. 이 길에서 봄을 맞자면 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과는 달리 시간이 더디게 가고 있는 이 곳.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 만치 여유로워 고르게 호흡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럽고 느긋한 세상이 실은 내가 꿈꾸는 공간이 아닐까. 

 

 

  

 

 눈으로 보자면 반영은 이처럼 근사해 보이질 않는다. 렌즈를 거쳐야 더욱이 생생한 물그림자가 보여지는 것이다.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 떠들석한 말과 몸짓으로 보여지는 곁모습이 다가 아니라 움직임이 가라앉아 잔잔해 질때 비로소 상대의 내면을 깊게 제대로 알게 되는 것. 

 

 

 

  

 

  진부면에 도착했다. 강원도 '진부'라니.. 걸어서 이곳을 오다니..

이 곳 진부는 몇 해 전 친구가 살았던 곳이고, 그래서 어느 겨울 마음이 몹시 허하던날 버스를 타고 왔던 곳이다. 며칠이나 있었을까? 이틀이나 사흘정도? 내가 지났던 길, 친구가 살았던 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 날들의 자취는 가물가물한데 애써 기억해 내기위해 연신 두리번거린다.


이곳의 개천을 끼고 있는 가장자리 길에는 주민들을 위한 산책코스가 있었다. 길게 이어진 그 길을 따라 가자 군데군데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어 재미삼아 올라서 몸을 움직여본다. 언제나 즐겁고 밝은 여자 셋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11시57분.

오대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월정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다. 처음 이곳을 지나간 것은 90년대 후반의 겨울이었다. 회사창립기념일이라 3일 정도를 쉬었던 날. 회사동료와 함께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진입을 했더랬다. 등산로 입구 관리소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상원사를 올라가던 중 백색의 삼나무터널을 지나면서 탄성을, 다시 층계식으로 되어있는 절간의 중간에 서서 늘어선 능선자락을 바라보며 넋이 빠졌더랬다.  입구의 식당에 앉아 그 날들의 추억으로 감회에 빠져있는 동안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육개장이 날라져 왔다.

 

 

 

  

 

장성은 그렇다 치고 언제부터 남성의 성기를 조각해서 진열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을까? 서너 해전이던가? 누군가에서 듣기로는 남한강변의 어느 카페에 온통 그 물건형상으로 도배되다 시피한 곳이 있어 아주 흥미로웠다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찻스푼의 손잡이까지 그 모양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저기 음식점이나 시답잖은 공원이나 매점이나 아무 곳의 입구에서나 즐비하다. 유행이려니 하면서 보다가도 그 세밀함에 민망스럽기도, 너무 드러내놓은 뻔뻔함에 불쾌함도 든다.

 

송아지 한 마리.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를 굴리지도 않고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낮선사람들이는 것을 아는 걸까? 저 놈들에게도 세상은 매일이 다르고 신기하게 바뀌어 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까? 계절이 오고 가는 것. 그래서 하얀 세상에 초록물이 들고 어디선가 꽃향기가 날아들고 해가 길어지고 더워졌다가 서늘해지는 것에 대해 어째서라는 생각을 할까?

 

 


  

 

 

 

강릉과 횡계로 향하는 길에는 선자령과 대관령 옛길이 같이 놓여져 있다.

왼쪽으로 갑자기 생소한 풍경이 나타났다.  야산에는 초원으로 덮여있고 띄염띄염 멋스런 소나무가 놓여있었다. 목장이란 곳이구나. 이곳에서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는다는 거지..

 

이 곳도 여늬 농촌처럼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역시 폐가와 폐건물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 모두 도시로 갔을까? 고향을 떠난 그들이 다른 직업을 찾아서 살아가면서 남겨진 형제나 부모를 불러 들였을까? 그 들중 버려진 이 옛집을 그리워 하는 사람도 있을까?  

                                                                              

    

 

  

 

  황태덕장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지금이라면 기온도 올라 다 철수해 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장대에 매달린 황태가 빽빽하다. 뒤편의 야산에 녹지 않은 눈이 덮여있는 걸 보니 아직도 기온이 서늘한 때문이라 가능한가 보다.

 

이곳에서도 여전히 볼 수 있는 연탄재. 강원도 산골짝의 집들은 겨우살이 준비를 위해 땔감으로 벽을 두르고 있었다. 공간활용및 보온의 효과가 있는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연탄재로 벽을 두르고 있어 재미있는 응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으로 빠르게 달리는 차들의 움직임을 느꼈는데 좀 더 진행을 하자 횡계ic가 보인다.

그 앞쪽으로 사거리가 나타나고 오늘의 종착지임을 알리는 일행의 목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다음 달이면 몇 달전부터 들어왔던 선자령옛길을 드디어 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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