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02
비.
비가 많이 온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기세가 대단했다.
조명과 효과음을 동반한 소나기가 한바탕 내리고 해가 잠깐 나오는 듯 해서 그게 그만 내리겠거니 생각했다. 그랬는데 끊어질 듯 이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지금까지도 내 맘을 설레게 하는 저 빗소리.
비가 와서 좋다.
비가 오면 말이지. 들뜨게 되는데 그게 그게 아주 기분좋은 흥분상태가 되는거야. 그런가 하면 마음을 한없이 가라앉혀 줘. 흥분과 진정의 밸런스가 감미롭게 유지되는 거지.
빗소리와 빗물이 내리는 모습에 퍼지는 이 평화로움과 관대함과 흡족함.
그래서 누군가 그랬나봐. 사랑고백과 이별통보는 비 오는 날 해야 한다고 말이야.
근데 말이야.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당연한 듯 비와 술을 결부시키는 지 몰라.
빗소리가 또락또락 들릴라 치면 빈대떡에 막걸리나 삼겹살에 소주나...어쩌고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단 말야.
내가 언제부터 술꾼이 되었냐고오.... 아 실은 전에는 술꾼 소리를 들을 만 했지.
인자는 술꾼이다고 자처하는 사람 만나면 부담스럽고 마주앉기 무섭더라. 몇 해 전부터 꺽어마시기로 전략을 세웠지. 웬만해서는 완샷이라는 구호에 넘어가서 홀라당 한잔을 오롯이 입안으로 털어넣지는 않지.
정말... 창밖으로 빗방울 팍팍 떨어지는 소리듣고 보면서 따끈한 모듬전에 막걸리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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