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15
5시 정도가 된 것 같은데 부지런한 감자는 일어나 아침을 하느라 싱크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낸다.
눈을 감고서도 방안이 밝아오는 기미를 느낄 수는 있었는데 좀체 눈이 떠지지는 않는다. 채근하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30분정도가 지나있었다. 무거워진 다리를 세우고 화장실로 가 참았던 볼일을 본다. 어제 오전 부리나케 걸어가 우리 모두를 제치고 줄 곳 리드를 했던 썬의 후배는 침낭 속에서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다. 얼마나 고단한 걸음 이였는지 그래서 배낭을 맨 어깨를 비롯하여 발바닥까지 욱신거리는 통증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안다.
오늘 함께 걸어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더 이상 깨우지는 않고 한 곁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상을 밀어두고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뜻밖에 일어나더니 밥을 먹으면서 갈 의사를 밝힌다.
이런..
7시40분 출발
하늘은 여전히 흐리다. 어쩌면 오늘 하루 중 비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낙산사입구는 일정이 끝난 후 들르기로 하고 지나친다.
여전히 짙은 구름으로 덮여있는데 수평선위로는 광채가 보인다. 먼 바다 어디쯤에는 햇살이 비추고 있나보다.
바닷가 공터에 거대한 거북선이 있는데 후에 알기로는 언젠가 티브에 방영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곳을 온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하느라 훼손이 되어 그러는지 ‘cctv작동‘이라는 경고문구가 여기저기 붙여져 있다.
해당화꽃이다. 이 바다를 지나면서 유독 많이 보게 되는, 모양은 소박하나 색채는 화려한 진분홍빛 꽃잎. 그 뿌리가 신경통인가 어디에 좋다고 해서 그 효능이 알려진 어느 해 동안은 사람들의 손길에 뽑혀나느라 구경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내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바퀴벌레 같은 해충도 아마 어느 병에 특효약이 된다고 하면 마구 잡아서 먹어치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초가 10km 통일전망대가 아직 71km남았네.
흐려서 좋다. 걸어가기에 얼마나 좋은 날씨인지 걸어보지않은 사람은 쉬 공감이 가지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바닷가에는 등대가 달랑 하나씩만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등대는 더욱 고적하게 생각되어지곤 했다. 단 한사람의 등대지기가 그 안에서 기거를 하면서 고독을 감수하고 숭고한 길잡이 노릇을 하는 곳.
‘물치항’이다.
북적거리는 대포항보다는 이곳이나 동명항이 낫다는 말을 여러 번 듣기는 했지만 이곳까지 오지는 못했다. 설악산 하산후면 버스로 이동이 편한 대포항을 주로 갔기 때문이다.
이제 그 대포항이 멀지않겠다.
설악산 입구 조각공원에서 자판기고장으로 마시지못한 커피를 길가의 트럭에서 마신다.
해풍에 번져나는 향과 맛이 각별하다.
언제나 대포항을 오면 구미가 당기는 먹거리가 많아 고민이었다. 지글거리는 기름에서 건져 올린 바삭한 새우튀김과 보랏빛 껍질 속에 통통하게 속을 채운 오징어순대를 먹자고 맘을 먹지만 회 한 접시 먹고 곁들어 나오는 매운탕까지 먹다보면 그만 배가 빵빵해져 더 이상 먹을 여력이 없어지는 거다. 다음에는 꼭 먹어봐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번번이 그런 식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잔뜩 사서 걸어가면서 연신 먹어댔는데 고만 그 느끼함에 질리고 만다. 너무 많이 튀겨진데다 내용물이 마른 것이 아마 어제까지 팔고 남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추측을 해 본다.
속초 시내를 들어오자 비로소 파란하늘을 본다.
도로를 막고 차량통제를 하기에 어째서 그러나 했더니 ‘철인3종경기’가 치러지고 있었다. 와~~ 처음으로 보는 광경인데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지쳐서 걸어가는 사람. 대부분 검게 그을린 얼굴에 몸에 끼는 옷을 입어 근육질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근데 하체는 좀 달리 처리를 해 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번호표로 가린 사람도 있지만 남자들의 민망한 볼록부분이라니...
가을동화 촬영지인 ‘은서네 수퍼‘
그 드라마를 제대로 보질 않아 기억나는 부분이 별로 없기는 한데 한 두어번쯤은 스쳤을 그 골목의 풍경이 흐릿하게 떠오르기는 한다.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들에게 좋은 관광상품이 된 소중한 자원이 된 것이다.
갯배를 타자고 처음 감자가 제안을 했을 때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500원을 내고 탑승을 하자 맞은편으로 가는데 고작 5분정도가 소요됐다. 이 배는 사공과 객이 함께 끌어야 한다. 쇠밧줄에다 걸쇠를 걸고 앞으로 나아가면 그만치 배가 밀리는 것이다. 지난해 동해안 도보여행을 하면서 경험을 했던 감자가 역시 나섰다. 크고 튼튼한 현대식 대교가 있기는 하나 우리같은 여행객에게는 역시 낡고 이채롭고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이런 것들이 훨씬 매력적이다.
이제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리어카가 좁은 골목을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걸어 다니면서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이런 것들은 오랫동안 잘 보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항으로 빠져나가는 남자의 느린 걸음과 덜컹거리는 리어카의 큰 바퀴가 오랫동안 시선을 잡아끈다.
속초시내를 얼마간 돌아다니다 다시 바닷가로 가야겠다싶어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들어갔더니 웬걸 막다른 골목이였다. 뒤돌아 나오다보니 패업한 창고 같은 건물의 창틀에 뿌리를 내리고 큰 잎을 키워낸 나무를 본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앞으로 얼마큼 키를 키울 수 있을까? 어느 시점에 가서는 영양부족으로 꺽일테지만 그 집요한 생명력에 감탄스럽다.
바다를 노려보는 어부의 뒤태에서는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배어있다. 더운 날 꼼짝도 않고 그물을 들쳐 맨 채 물살에 떠밀러 오는 고기떼를 기다리고 있나보다. 저 꿋꿋한 자세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참음성이 없는지.. 빠르게 갈 수있는 교통수단을 기다리면서도 늦는다고 종종거리고 가끔은 남이 건네는 농담도 구분못하고 발끈거리고, 앞서가는 사람의 걸음이 느려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툴툴, 투자금이 기대만큼 성큼 수익을 내 주지않는다고 조바심. 아. 나도 저처럼 느린 삶을 살 날이 있을까?
역시 앉자마자 신발을 벗고 발을 만지고 있는 정범씨. 고통스럽기도 하겠다. 이 길을 왜 따라왔을까 하는 후회가 여러 번 있었겠다. 양발까지 벗고 붕대를 감고 있다. 옆에서 권하는 먹을거리보다 발바닥의 통증에 더 신경이 쓰이겠다.
드디어 ‘고성‘땅이다. 우리의 최종목표 통일전망대가 있는 곳.
이곳은 특이하게 가로수가 소나무다. 잎이 크고 무성하지는 않아 넓은 그늘이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그리고 가로수 하나 없는 도로가보다는 얼마나 나은지 모른다.
작년 가을에는 나는 알지도 못하는 호두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발로 껍질을 까 준 적이 있는 감자가 이번에는 뭔가를 나무에게 뜯어냈다. 선명한 핏빛이 흰 손바닥에 자욱을 만들었다. 누가 봤더라면 영락없는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처럼 보인다.
통일전망대가 어제보다 더 가까워졌다.
햇살이 뜨겁기는 한데 가끔 부는 해풍에 세력을 잃는다.
천진해수욕장과 봉포해수욕장이 연이어 나타났다.
동해안에는 얼마나 많은 해수욕장이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1시20분. 천진초등학교입구.
오늘의 일정 끝. 좀 더 진행을 하고도 싶은데 그랬다가는 정범씨 울상을 지을 것 같다.
낙산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차창으로 해풍이 밀려와 차안을 휘저어 놓는다.
우리가 묵었던 파도횟집. 이틀을 묵었던 곳이라 이왕이면 이곳에서 뒷풀이를 하자싶어 들어갔다. 의외로 깔끔하고 넓은 실내에는 관광버스로 실려 온 단체들이 들어와 자리들 잡기시작하고 있었다. 흥정하는 듯 한 버스기사의 말을 듣자니 일인당 회정식 10,000원이라네. 저가격에도 회가 가능한가 싶었다. 신속하게 회와 술과 반찬 등이 날아오는 동안 우리테이블은 뒷전이다. 그리고 매운탕과 물회를 시켰는데 역시나 관광지음식점이라는 티를 내듯 빈약하다. 어제 동진항에서 맛본 그 물회와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일부러 이곳으로 들어와 실은 이틀간 숙박을 했으니 낮선 손님과는 다른 우대를 해 주지나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역시나 그래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낙산사 풍경. 이 근처를 온 적은 많았으나 이곳 또한 처음 들려본다. 이곳 풍경의 물고기는 나무로 만들었네. 날아가 바다에 떨어진다면 물에 빠지지는 않아 얼마간 훨훨 물결따라 떠돌겠다.
이 기도처가 모친이 말한 그 곳이다. 바닥의 유리를 보자면 아래 절벽으로 넘나드는 물길이 보이는 곳.
들어갈 수는 없고 문가에서 보자니 ‘촬영을 하지 마시오‘라는 표지가 있다.
썬의 차를 타고 이천까지 왔다가 성남행 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행 전철을 탔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비로소 피곤함이 엄습한다.
▶날 짜 : 2008년 6월 15일(일요일) 흐렸다 갬
▶간 곳 : 강원도 낙산해수욕장~7번국도~물치~속초청호동~
갯배~사진일리~고성군 토성면 천진초교앞.
▶시 간 : 5시간
▶거 리 : 20 km [누계거리 : km]
▶동 행 자 : ⓢⓤⓝ, 감자, 보라, 산그리고, 김정범
▶소요비용 :65,000원 (이틀간)
▶코 스 :
ㆍ07시 40분 : 낙산해수욕장 출발
ㆍ08시 40분 : 강현면 버스정류장휴식
ㆍ09시 20분 : 해맞이 공원
ㆍ10시 50분 : 속초 청호동 갯배
ㆍ11시 30분 : 사진일리 해수욕장 휴식
ㆍ12시 20분 : 고성진입
ㆍ13시 20분 : 천진초등학교입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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