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21
아침에 출근을 하자니 앞집의 큰 감나무에서 작은 감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무가 스스로 열매를 솎아내는 과정이라고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근데 그 바닥의 열매를 보자니 문득 작년 늦여름쯤의 국토순례길이 생각났다.
충청도의 어디쯤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길가에는 이보다는 큰 감들이 떨어져 널려있었다.
누가 그랬다. "언니 밟아봐바"
당연히 단단한 감촉이 발바닥에 전해질 줄 알았는데 꼭지만 남겨두고 순두부처럼 스스르 바닥으로 펴져버리는 감의 형체. "어머 신기해 . 감촉이 이상해"
동그란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누가보더라도 그렇게 속이 삭아버린 줄 몰랐을 것이다.
그 무렵에는 그렇게 길가에 과실을 단 나무들이 많았었다. 사과와 배와 감. 그리고 은행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특유의 색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과나 배 하나 따먹을 배짱이 없어 입맛만 다시며 지나치고 있었는데 감자가 어디선가 푸르스름한 열매를 비닐봉지에 담아왔다. 날카롭지는 않은 가시같은 삐죽한것으로 쌓여있는 초록열매였다. 감자가 익숙하게 돌맹이로 짓이기자 황토빛 껍질의 호두가 나왔다. 원래 호두는 그렇게 단단한 채로 매달려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내게는 생소한 일이였다. 그렇게 감자는 길가의 밤과 대추와 은행을 따서 우리에게 자연식 간식을 제공해 주었다.
그렇게 호두와 생밤을 씹으려 걸어던 그 길.
오늘 그 길을 걸었던 그 날들이 갑자기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졌다. 겨우 몇 달전의 일인데 말이다.
아주 소중한 뭔가를 떠나보낸듯 떠나온듯 아쉬움을 넘어 애석한 마음이 든다.
이제 그 길위에서의 일들은 추억으로 비켜나있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 얼음을 사서 만들었던 길거리냉커피의 맛도 남자들의 농담과 여자들의 재재거림도 뒷풀이에서의 거나한 술자리도, 가을날의 단풍과 겨울의 바람과 개울물소리, 봄날 새 지저귀는 소리.... 생생한 듯하나 아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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