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풍경갤러리

중계본동 산 103번지

미라공간 2008. 12. 15. 13:35

 

 

12월 중순. 날씨 갈수록 흐림.

 

노원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얼마가지않아 이곳이 나올 줄 알았다.

근데 예상과는 달리 가는 동안 아파트 건물이 계속보이고 차는 언덕배기를 타고 오르지도 않았다.

한참을 가야하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불쑥 종점이라고 한다.

입구에는 높다란 건물이 몇 채 자리하고 있다.

 

녹이 슨  커피자판기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동전을 바로 토해놓았다.

그 보다는 좀 덜 낡은 자판기를 찾아 커피한잔을 뽑아 냈다.

 

 

 

 

 

 

 

올라가면서 제일 먼저 만난 아이들.

바로 앞에 놀이방이 있어서 인지 몇 명의 아이들이 어디선가에서 나타나 우르르 몰려왔다 몰려갔다.

그리고 간간이 어르신이  헛기침을 하면서 지나가신다.

 

 

 

 

 

 

곳곳에 아이들의 흔적이 묻어있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이렇게 아이들은 생생한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유치한 낙서와 고성과 달금박질과 해맑은 웃음,  여과없이 드러나는 여러 표정들...

 

 

 

 

 언덕을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이 수례에, 그리고 지게에 연탄을 지고 오고 있었다.

어김없이 겨울이면 등장하는 자원봉사의 손길발길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벌개진 얼굴로 지나는 그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한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힘든 조형물이였다.

이곳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여러 지역과의 거리를 적어놨다.

전후 피난민을 포함한 각처의 실향민들, 그리고 새 삶을 찾아 서울의 끝자락으로 밀려온 사람들의 향수가 느껴진다.

 

 

 

 

 

 

 

집집의 창문들을 보면 어릴적 다락방이 생각난다.

지금처럼 연탄을 떼던 부엌위에 판자를 덧대어 만든 그곳에 앉거나 누워있자면

엉성한 판자의 틈 사이로 연탄가스냄새가 솔솔 올라오곤 했었다.

그 작은 창으로 가까이 아랫집의 담장과 지붕이, 그리고 마당가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위를 보자면 작은 야산의 사잇길로 귀갓길 사람들의 종종걸음이,

좀더 고개를 젖히면 창틀이 걸린 파란 하늘이 조그맣게 보였다.

그 풍경속에서 나는 여러가지 꿈을 그렸다.

그 중에는 근사한 집의 설계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4시가 넘어서자 골목안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시꺼먼 연탄이 들어가고 하얗게 된 재가 끌려나와 벽에 쌓여가고

좀 더 있으면 밥짓는 냄새, 찌개냄새가 부엌창으로 솔솔 빠져나오겠다.

 

 

 

 

 

 

 

아파트 건물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어쩌자고 이리 가까이 버티고 섰는지 줄 곳 마음이 걸렸다.

버튼하나로 금새 집안이 더워지고 뜨거운 욕조에 물이 채워지는 그 곳.

누군가는 집이 넓어 청소하기가 힘들다는 푸념을 하며 살고 있지않을까.

이 곳의 주민들이 매번 보는 곳이지만 상대적 빈곤함에 허탈감이 더해지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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