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0 23
강원도 곰배령 가는 길에 두물머리에 들렸다.
삼일 전 어스름 저녁에 본 강은 다시 온 오늘 새벽 안개를 뒤집어 쓰고 있어 지극히 몽환적이다.
두물머리에는 오래묵은 느티나무가 있어 잔잔한 물가 풍경을 풍요롭게 해 준다.
고인듯 흐르는 물결에 쓸쓸하고 망연한 시선을 담구었다 고개를 들면 버팀목처럼 서있는 거대한 나무.
'물따라 가지마라' 그렇게 나직한 음성을 낸다.
긴 가을밤.
물결소리에 온 밤을 뒤척였을 풀들이, 나무들이 새벽녁 이슬에 젖어있는 모습이 무겁다.
햇살이 들면 묵직해진 몸을 말리고 강바람에 바스락 바스락 가을 소리를 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