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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시장통

미라공간 2007. 3. 21. 00:22

 070318

 

출근을 한다.

집을 나서면 한적하고 넓은 건물사이로 햇살이 비집어 들어와 산뜻해진 골목이 보인다.

조금 내려가 사거리에서 교회 옆 길을 쭉 따라 가다  왼쪽 좁은 골목을 지나면 큰길이 나온다. 

우측으로 돌아가면 버스정류장과 전철역으로 가게 된다.

큰길가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풍경속에 노점상이 있다.

좌판에 수세미, 행주, 고무줄 등등 잡다한 일상용품을 늘어놓은 곳을 지나 서너걸음이면 살집이 두둑한 4-50대 아저씨의 생선좌판을 다시본다. 좀 더 가면 수삼과 약초을 늘어놓은 좁은 좌판, 그리고 과일이 놓인 좌판등이  빼곡한 본격적인 시장통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이곳이 꽤 이름이 알려진 큰 규모의 시장이였다고 한다.

대형마트등에 밀리고 급격히 늘어난 차들로 인해 시장골목이였던 곳에 차도가 생기고 좁은 인도가 생기면서 축소된 듯 하다. 

이제는 그 길을 따라 버스정류장이 있고 전철역이 생겨 장을 보러 지나는 사람보다 출퇴근이나 윗쪽의 은행이나 상점들을 이용하기 위해 지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뒷쪽에 골목이 있기는 하지만 오르막이 있기도 하고 직선거리는 아니라 거리상 좀 멀기도 하다.

문제는 이 곳을 지나면서 몹시 불편하다는 것이다.

노점상이 좁은 인도의 양옆을 차지하고 있어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에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기다렸다 교대로 지나거나 줄을 지어 지나야 하는 곳이 군데군데 있어 통행에 문제가 많다.

거기다 좌판에 쌓아 둔 물건에 백이나 팔꿈치가 닿아 땅에 떨어트리기도 하고 생선꽁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비린내나는 물에 바지가 젖기도, 허리께에서 가스판을 놓고 부치개등을 굽기도 해서 위험하기도 하다.

비가 오는 날 아침이면 큰 파라솔을 펴느라 휘둘리는 통에 쇠로 된 살에 눈을 찔릴 뻔한 아찔한 순간도 몇 번인가 있었다.

퇴근무렵이면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군데군데 길을 막고 서서 일일이 비켜달라는 말을 해야만 지날 수가 있을 지경이다.

인도를 점령하고 영업을 하는 상인들중 누구라도 통행인에게  불편을 줘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지나다보면 울컥울컥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안쪽으로는 상가를 이룬 상점들이 빼곡이 차있다.

이제는 시장은 이처럼 차도와 인도에 늘어서 있어야 하는게 아니고 안쪽의 제대로 된 상가와 그 뒷편에 형성되어야함에도 여전히 큰 길가의 노점상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유야 당연히 사람의 왕래가 많은 때문에 진을 치고 있는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쪽 상가는 파리를 날릴 수밖에 없다.

지난 여름에 상가사람들이 소위 시장리모델링을 했다.

어수선하고 어둑하고 침침하던 시장골목을 깔끔하고 정리하고 색칠하고 간판을 일률적으로 바꾸고 길바닥에 라인을 그어서 이용객이 불편하지않게 예전처럼 잡동사니를 내다 놓지도 않고 입구에 아치형 대형간판을 달고 그럴싸한 이벤트까지 벌였다.

그래서 그쪽을 이용하고 싶기는 하나 여전히 주부들이 빈번하게 사는 야채며 생선이며 과일등은 큰길가의 노점상이 판매를 하고 있다.

안쪽에는 거래가 뜸한 건어물, 한약재, 정육점, 수선집, 그릇가계, 식당등이 손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해 줘야 하지않나 싶다.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임대료를 내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이익이 돌아가야 하지않나 싶다. 

입구에 있는 수많은 노점상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용객이야 지나는 길에 쉽게 물건을 살 수있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고개를 돌려 상가안쪽을 보면 안스럽게 느꺼진다.

시장을 개보수하느라 들인 비용도 각출해서 냈을텐데 여전히 손님은 노점상에게 빼앗기고 있으니 말이다.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비용도 그렇지만 서비스교육도 받았던 것인지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노점상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길가의 노점상인들은 이 일을 오래 하신 나이든 분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이곳에 이사를 와서 지날때마다 우리 부모님정도의 연세가 되신 분들이 추운 겨울날 혹독한 날씨속에서 고생을 하시는 모습이 안스러워 보였다.

뭐라도 살라치면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 주고 싶었다.

얼마 전 상추를 사기위해 가격을 물었더니 대뜸 "1000원아래는 안팔아요."라고 무뚝뚝하게 잘라말한다.

깍듯한 인사와 서비스를 받자고 시장에 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물건을 사는 중에 맞닥뜨리는 퉁명함에 놀란다.

안쪽의 상가보다 훨씬 거래가 잘 되고 있는 노점상들이 과연 사람들의 동정을 받을 정도로 영세한 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어디에선가의 조사에 의하면 노점상중에 상당한 부를 축척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소위 목이 좋은 곳에서 임대료 한 푼, 세금 한 푼 내지않고 고스란히 알짜수입을 챙기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한 땅을 자신의 것인양 누가 조금치라고 비집고 들어올라치면 악담과 함께 거세게 입싸움 말싸움을 하는 것을 종종 본다.

몇 가지 물건을 대야나 좌판에 놓고 하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보다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경쟁적으로 양쪽에서 인도를 점령해 들어가는 노점상들이 이제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위해 다른사람의 불편함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여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몰인정한 사람인가?

최소한 앞 뒤로 한명씩이라도 마주 지날 수있는 보도라인은 만들어 줘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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