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혼자끄적이기

혼자

미라공간 2007. 2. 14. 00:28

 

저번 10일. 1년하고도 1달을 같이 지냈던 동생이 이사를 갔다.

직장이 명동인데 사정상 먼 곳 오이도로 가게됐다.

1년만 신세를 지자고 부탁해서 그리하마고 해서 13개월을 같이 있게됐는데 예상했던 것 만큼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곁으로 내색않고 대화로 풀어서 잘 넘어가기로 했으나 중간중간 울컥 짜증섞인 말투가 건네져 그것또한 마음에 걸려 이런저런 속앓이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내 눈치도 보는 듯 서먹한 날들도 있었고 온전히 혼자 시간을 갖고 싶어 쉬는 날을 엇갈리게 잡기도 하고 가끔 술친구를 집으로 데려와 되려 내가 눈치를 봐야 했던 적도 있었다. 어느날 아침이면 화장실을 같이 쓰게돼 출근시간에 쫒겨 안달하기도 하고 밥을 먹으려다가 다시 그 애의 몫을 하느라 식사가 늦어진 적도 ..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혼자만의 불편이 아니라 상대또한 마음고생이 빈번하게 있었을 것이다. 사정상 좀 더 있기를 바라는 뜻을 은근히  비추었으나 모른척 했다. 객지에서 만난지 여러해가 지나도록 아직 우리는 말한번 대면대면 해 본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조심스러워했던지라 구구절절 드러내놓고 서로에 대한 속엣얘길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더욱이 불편할 수밖에.. 부부간에는 아마 친구도 이에 해당되지싶은데 싸움을 해야 한다는 그리고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그냥 편하고 만만한 오래 묵은 친구사이처럼 속마음 다 까발려 말하고 지냈다면 살갗에 난 상처가 잠시 아팠다 눈에 띄게 아물게 되는 것처럼 분명하고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제대로 하고 싶은 말을 삼가게 하고 속으로 곪아가는 결과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분가를 하게 된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갑자기 이사일정이 바꿔 새집까지 따라가서 짐정리를 해 주지는 못했다. 이런저런 것이 마음에 걸려 좀 전 전화를 했다. 온전히 혼자 있게되는 그 집에서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좋을지 상상이 간다. 다음에 가끔 이곳에 와 머물다 가기도 하고 예전같은 사이로 돌아갈 수있게 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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