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06
약수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와 인적 드문 보도를 걸었다.
스스슥...낙엽이 바람에 쓸려 내 뒤를 미끄러져 온다.
바람도 차고 가로등 불빛도 차갑다.
골목 안 굳게 닫친 대문이며, 어느 집 창문들도 찬기를 머금고 경직되어 있다.
추워서 더욱 서글픈 귀가길이다.
사람들은 이미 잘 봉해진 집안에 앉거나 눕거나 훈기를 휘감고 있을 것이다.
쇳소리를 내는 대문을 열고 다시 뻑뻑한 현관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코트를 걸치고 앉았다.
초밥을 두 개 집어먹었다.
이 시간 뭘 할까?
낼 쉬는데...
늦게 까지 뭔가를 하더라도 부담은 없지.
전기코드를 들썩거리다가 포도주병을 엎었다.
그래. 차거워진 포도주나 마시자.
창문을 흔들며 바람이 기척을 한다.
발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