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혼자끄적이기

눈오는 날 술생각

미라공간 2005. 6. 17. 01:08

040304

 

모처럼 5시에 직장을 나섰다.

어.. 눈이 오기 시작하네.

하늘을 가득 메운 눈송이들.

오늘은 하늘도 커 보인다.

언제나 위압적으로 느껴지던 고층빌딩도 자연스럽게 하늘과 땅을 잇대어 있다.

보도에 닿는 눈들은 스르르 금세 자취를 감추고, 쭉 늘어선 화단 위 눈들은 차곡차곡 잎사귀위에 포개어 앉아있다.

힁하던 벚꽃나무 가지에 흰 꽃이 피었다.

근사하다.

근데...

전철에서 내리면 눈이 그쳐있었음 좋겠다는 생각.

전에는 무조건 눈이나 비가 오면 좋아라! 했었는데...

점점 그런 날이 싫어진다.

눈이 오면 까닭 없이 들떠서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젠 부담이다.


출구를 빠져나오자 눈은 더욱이 소담스레 내려  보도위에 쌓이기 시작한다.

재킷 아래쪽에, 그리고 가로질러 맨 검정백의 표면에도 눈이 묻혀있다.

그러자 좀 전의 생각을 밀치고 다시 슬몃 마음에 동요가 인다.

막걸리?

적당히 어둑하고 왁자한 주점의 창가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일어설 적마다 촉수 낯은 백열등에 머리를 부딪치고, 그 흔들거리는 빛의 물결처럼 기분 좋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싶다.


집으로 와서 아침에 두고 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고심을 하다 고만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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