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혼자끄적이기

어느 밤

미라공간 2005. 6. 17. 21:09

041114

쉬는 날이면 침대에 누워  공연한 안달을 한다.

일어나 어딘가로 가야 하지않을까...하는 조바심. 언제나의 그 조바심.

그래서 편치가 않다.

어딘가로 가야 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일상이 돼 버렸나 보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느긋하게  누워 티브나 보고 있는 행위는 스스로를 속박하거나 몹시 게으른 것이라는 자괴감까지 갖게 된다.

 

그저 편안히 누워  휴일을 즐길 수는 없는 것인지...

 

장승엽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하선]을 본다.

환쟁이 그 남자가 마시는 막걸리 한사발이 몹시 고프다.

신분이며 사는 몰골이 구차한  하류층 사내들의 원초적인 몸짓 말짓이 질편하게 범벅이 된 주막집.

술국이 끊는 가마솥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배경으로 등돌린 장승엽이 사발에 꽐괄 부어 들이키는 그  한사발의 뜨물 같은 술 한 잔.

저러고  앉아 그저 속에서 품어져 나오는 대로 꾸미지도 않고 눈치볼 것도 없이 팔팔한 말들을 툭툭 뺃어내고 싶다.

여차하면 술잔 집어 던지기. 더 복받치면 술상 뒤집어 엎기.그리고 어쭙잖은 이론으로 무장한 입으로 주절거리는 것들에게 상욕을 펴부어 주는 것.

 

겨울밤 싸락눈이 팥배나무 꽃잎처럼 훌훌 날리고 있다.

그 환쟁이 남자가 바라보는 숲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름처럼 뭉클거리고 모래사장을 향해 점차 부풀어오르는 파도의 굴곡처럼 생명력을 가지고 멋대로 출렁거린다.

바라보는 도랑의 물은 잔잔한 울림으로 시작해 급작히 들끓어 올랐다. 빗물이 불길처럼 화다닥 수면을 때리자 물과 허공의 경계가 무너지지고 모든 세상의 무생물들이 비로소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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