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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근성

미라공간 2010. 10. 15. 16:25

 

거지근성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상대하지않으면 상관없겠지만 어쩔수 없이 자주 부딪쳐야 하는 상황.  그래서 수시로 보게 되어 부담스럽고 괴롭다. 

 

y여사.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식사하는 우리들은 사내식당의 메뉴에 질러 돌아가면서 집에서 한두가지 반찬등을 싸 온다.

여럿이 있는 중 가장 먼저 그 반찬에 손이 가는 사람이 y다. 팔이 닿지않는 거리라면 " 그것 좀 줘!" 라고 망설임 없이 목청을 높힌다. 게다가 고급종류라면 뒤적거려 가장 큰 것 그리고 많이 집는다. 먹는 속도도 빨라 금새 먹고 더 먹는다.

그러는 이 분은 집에서 반찬을 가져오지않는다. 들고다니기 번잡스럽다는 거다. 그러면 더 먼곳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은?

몇 해동안 한두번 싸온 적이 있기는 하다. 대구식 만두인데 소금에 절이고 고추가루로 버무린 무로 만든 만두다. 너무나 짜서 한입베어물고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였다. 식구들이 먹질않아서 가져왔단다.

또 한번 싸온 것이 청량고추이다. 설마 매운 걸 가져왔을까? 싶어 덥석 베어물었다 내려놓는다. 먹을 수도 없는 청량고추를 왜 가져왔냐는 말에 " 찌개에 넣을려고 샀는데 요새 식구들이 밥을 잘 안먹어서 냉장고에서 시들어 가길래.."

한달에 한번 생일 파티를 한다. 케익이며 음료수와 과자등이 먹다 남겨지면 어김없이  y가 챙긴다.

퇴근후에는 수영을 한다. 가벼운 요기를 하고 가야하는데 간식을 사먹거나 집에서 가져오지는 않았다.

늦게 근무하는 사람들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그 중 아는 사람들이 있으면 얖에가서 앉는다. 몇 가지를 집어 먹기도 하고 아예 남이 먹던 식판에다 밥이면 반찬을 떠다 놓고 먹기도 한다. 거지에다 도독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뭔가를 먹고 있는 걸 본다면 우리는 그쪽에서 아는체하거나 주기전에는 모른체 한다. 이 Y는 절대 지니치는 법이 없다.

가끔 간식을 먹자면 y가 건내는 게 있다. 웬일이냐며 사람들이 놀란다. 근데 물어보면 본인이 마련한 것이 아니라 역시나 남들이 먹다 남긴 거 챙겨둔거다.

산행을 할때도 마찬가지다.  회원중에는 다른사람을 생각해서 거금?을 들여 술과 음식물을 준비해오는 사람도 있다. 무겁기도 하고 만드는 정성이 있어 고마운데  y는 늘 최대한 저렴한 가격의 부담없는 것으로 가져온다.

물론 이 곳에서도 간식이며 이런저런 남은 것은 또 다아 챙긴다.

 

그 습성은 가족들에게서도 예외가 없는 듯 하다. 졸업하고 입사한지 얼마안되는 아들에게 몇십만원짜리 보약비를 타내면서 "몇 달은 먹어야 하는데.."  조카에게는 미용비며 고급음식대접을 받았다는 걸 줄곳 자랑한다. 언니와 형부에게도 뭔가를 대접받았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가끔 내가 입으로 내 뱉어버리기도 한다. 물론 오랜세월을 같이 해 온 탓에 나름의 친밀감도 있기도 해서다.

" 이젠 연세도 있으신데 얻어먹지만 말고 다른사람한테 베풀고 좀 사세요."

" 그렇게 남이 먹던 식판에다 공짜 음식 갖다먹는 거 거지처럼 보여"

" 먹을 거는 안 가져오면서 남이 가져온 건 언제나 제일 많이 드시네"

 

y가 알뜰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자신을 위한 투자는 아끼질 않는다. 고가의 의류,  한술더 떠서 명품 지갑이며 백이며 스카프 구두를 몸에 두르고 다닌다. 

거기다 셋트에 7-80만원대의 화장품을 쓰며 정기적으로 얼굴에 필링인지 뭔지를 하고 괴물같은 얼굴을 하고 직장에 나타난다. 휴가가 아닌데 느닷없이 쌍꺼풀수술을 하고 나타나 기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y가 더 밉살맞은 것은 몸 또한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무거운 걸 들거나 일이 많을때는 예의 가련한 표정연기에다 힘없는 목소리로 도움을 청한다.  산행에서도 마찬가지 . y의 행태가 마땅찮아 준비물을 할당시키는 경우가 있다. 얼린 음료나 술을 가져오라고 시키면 가져와서는 당연한듯 내려놓는다. 무거우니 남자들이 들고 가라는 것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가질러 갈 물건이 있으면 또한 남자를 시킨다. 아주 상냥한 어투로 "차에 가서 가방좀 가져오면 안될까? 라던가 이 것도 해 주면 안될까?

집에서도 아이와 남편에게 또한 이런 식이다. 시장보는 것 부터 해서 살림살이의 상당 부분을 하게 한다고 들었다. 최대한 몸을 아끼며 다른사람을 움직여 원하는 것을 얻는 것.

 

왜 그렇게 구질하게 살까? 몸 성할때, 먹고 살만할때 남 좀 도와주면 안되나? 큰 힘, 큰 돈 들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니 도와주는 건 고사하고 받으면 얼만큼이라도 내 줘야 하는 건 아닌가? 진짜 거지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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