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24
좋은 곳에서 자고 일어났다.
강바람이 불어 더없이 산뜻하다.
이렇듯 고운 모래위를 흐르는 강물과 다소곳하게 둘러 서있는 산과 그 사이를 메꾼 풀과 숲을 이룬 나무들. 그리고 선선한 아침공기. 언제까지 이런 자연스러움과 평화스러움을 유지할 수있을까.
이런저런 개발과 관광객 유치등의 명분으로 파괴되어 가는 강과 바다, 산과 들판들을 이제는 아름다운 유산으로 고스란히 남겨둘 순 없을까.
돌아다니다 보면 언제나 이런 것들로 해서 아쉬움이 많다. 너무 많이 달라져서 화가 날때도 있다.
전라도 순천의 송광사에서는 진입로 주변 마을의 담장을 온총 회색페인트로 일괄 칠해버렸다.
옛스런 고찰의 주변을 그렇게 멋대가리없이 페인트로 휘둘러 버려야 하냐고...
도시또한 말할 나위가 없다. 몇 군데를 보자면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들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중소빌딩들은 도대체 국적이 어딘지 얻어입은 옷을 걸치고 있는것 마냥 낮설고 궁색해 보이는 것들이 많다.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화단또한 제대로 관리도 하질않아 빈약하고 대중용 재털이나 휴지통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많다.
예전에는 선착장이였다고 한다. 현재 지도에서도 그렇게 표기가 되어있다. 우리가 잠을 잤던 곳에 배를 대고 승선을 했던 모양이였다. 이제는 어째서 배를 띄우지않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젯밤 간략하게 들은 것 같은데 아마 수질보호가 아니면 수량이 부족해져서 그런 것으로 들은 것같다.
아침은 커피와 빵으로 간단하게 한다.
양치를 하기위해 강아래로 내려갔는데 젖은 모래에 발이 빠지는 탓에 물가에는 가지도 못하고 이쪽저쪽을 서성이다 돌아왔다.
어젯밤 식사를 했던 순두부집으로 가 바깥의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돌아와 침낭을 털어서 배낭에 넣고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했다.
강을 가로지른 인제대교는 몹시 길다. 머리카락을 헤집어 부는 바람이 선선하다.
4차선도로를 계속 진행하다보니 심심하고 지루해져서 지도를 봤더니 강쪽으로 인접한 도로가 있었다.
오른편의 강으로 난 길로 들어가서 걸었는데 얼마가지않아 그만 길을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되돌아 가기에는 걸어온 거리가 아까워 망설이다 실장님의 선두지휘로 앞으로 진행을 했다.
그러다 점점 길이 없어지더니 나무가 빽빽한 숲이 가로막는다. 그래도 앞으로 가야했다. 몇 미터앞에 신도로가 있어 자동차의 소음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나무사이를 헤치고 가는 와중에도 모기는 물어대고 거미줄은 얼굴을 덮치고 발아래는 흙을 볼 수가 없어 걸음을 옮기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러다 어느사이 차들의 소음이 커지면서 가드레일이 나타났다.
어이없이 잘못 들어간 길에서 곤욕을 치루고 올라와 가다보니 길가에서 옥수수를 팔고 계시는 분이 계신다.
옥수수를 먹으면서 여쭤봤더니그 도로는 재작년엔가 없어져버렸다네. 그리고 내가 들고 있는 이 지도는 4년 전 것 이였다.
다시 홍천강을 따라서 계속 진행을 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너무 뜨거워 버거워진다.
신남리라는 곳까지 가서 서울로 돌아가기로 한다. 왜냐하면 춘천 쪽으로 진행을 해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든 탓에 계속해서 갈 이유가 없었다.
이곳에서도 다시 생소한 것을 본다. 작은 대문짝에 문패가 두개가 있어 봤더니 하나의 문패에는 태극기가 새겨져있고 그 아래에 '6.25참전용사' '누구'라는 글귀가 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상기하자 6.25 였다. 주인에게는 그것이 애국심과 용맹을 고취시키는 훈장일 것이다.
신남리에 도착한다.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 두리번거리다 작은 개울가로 내려갔다. 다리밑 자갈위에 자리를 잡고 라면 세봉지를 넣어 끓였다.
다리아래로 드나드는 바람이 말 할수 없이 시원하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였다. 곧바로 올라가 땡볕아래서 걸어갈 엄두도 나지않고 조금후면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 얼마정도 자고 가기로 한다.
신남면 버스터미널이다. 제대로 보질 않았더라면 콜라텍과 슈퍼의 간판에 묻쳐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콜라텍?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곳이라 늘 궁금하다.
마침 서울행 버스가 금새 도착을 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버스에 올랐다.
에어컨바람이 날아와 얼굴과 어깨에 꼿힌다.
3박4일 국토횡단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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