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산으로**가기

태백산 031229

미라공간 2005. 6. 17. 00:48


산은 정지되어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 같은 낯설기도 엄숙하기도 아득하기도 한 다른 세상이다.
발을 디디고 앞으로 나아가 그 공간 속을 헤집어도 침착한 고요뿐이었다.
날카로운 새소리도 한 점 바람도 사라져 버렸다.
갓 삭발한 승려의 두피처럼 푸르스름한 눈을 속살처럼 안고 있다.

겨울산행은 3번째.
"추위는 싫어" 정도가 아니라 공포스러워 하는 내가 다시 겨울산을 왔다.

가파르지 않는 계곡길을 올라가다 보니 백련사.
산 속의 민가 같은 순박한 모습의 절간에는 탑이 달랑 놓여있다.
작은 부처상들이 추위 속에서 빙 둘러 놓여져 있고, 누군가의 염원이 담긴 1000원짜리 지
페가 돌 밑에 붙잡혀 있다.
사람발자국도 짐승발자국도 없는 마당가 눈 위에 낙엽이 쓸려간 자국만이 흔적을 새기고 있
다.
고개를 들어보니 처마 밑 고드름으로 스님의 참회 같은 눈물이 '뚝두뚝'
이 곳에 서서 겹겹의 능선너머 흐릿한 기억처럼 고여있는 아래세상을 바라보는 수도자의 마
음은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정상에 오르고 내리막을 가다 종산제를 치렀다.
덩치 큰 귀현이의 발치에서 어설픈 절을 하고 막걸리와 복분자술을 조금씩 마시고 다시 하
산을 시작.
내려오는 길은 만만치가 않아 긴장의 연속이다.
뭐든 살아가면서 수월한 일만은 없을 터.
하지만 하산길이 이럴 줄이야...
돌아오는 차내에서도 몸은 쉬 풀어지질 않고 떨려오고 머리는 아득해 진다.
작년에도 태백산산행을 감기몸살을 치루면서 했었지.
이번에는 더 심해졌다.
내게 겨울산 오르기는 고행이다. 

0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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