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혼자끄적이기

퇴근길

미라공간 2005. 6. 29. 22:50

비온 뒤.

근무지를 나와 젖은 보도를 밟고 걷는 동안 양옆으로 놓여있는 화단에 파릇한 생기가 가득이다.

철쭉가지는 죽순처럼 쭉쭉 뻗어있고 자잘하게 덮혀있는 잔듸 사이사이 잡초가 며철전보다 한뻠이나 커져있다.

이틀치 비에 부쩍 키를 키운 가지들을 손으로 툭툭 만져본다.

별도 없고  달도 없이 옅은 안개가 잠식해 버린 하늘.

 

좀전 문자가 왔다.

오후에 비가 그쳐 남한산성에 갔었는데 운무를 두룬 산새가 그지없이 아름답다 한다.

주변에 또한 아무도 없어 홀로 신선처럼 즐기고 있다 한다.

나도 그곳에 있고 싶다.

 

상큼한 청량감도 잠시.

전철역으로 그리고 집으로 오는 왁자한 골목길을 들어서 걷는 동안 칙칙한 습도가 느꺼진다.

집으로 와 문을 열자 덥고 습한 공기.

 

언제나 6월이 되면 낮동안 한여름의 열기가 급작히 봄을 밀치고 차올라 숨을 막히게 했다.

왜 벌써 여름이냐는 투정 뒤끝에는 비를 기다리는 바램을 가진다.

장마가 언제부터더라?

6월 중순이나 말이였지?

날짜를 헤아린다.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와서 좋기는 한데 에어컨을 내내 켜지는 않아서 실내는 가끔 후덥지근하다.

아주 어릴적 부터 였을까?

비가 오면 한곳에 앉아 오래 비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 얇은 옷을 입고 비 속을 걷기도 했다.

얼굴과 팔과 다리께를 툭툭 건드리는 비의 감촉이 몹시 좋기도 했다.

산성비에 머리카락이 빠진다고는 하나 아직도 그러고 싶기는 한데 근무지에서나 집에서나 창을 열어두고 비를 바라보고 있을 수 있는 여건은 안돼 너무나 아쉽다.

영화 '쉬리'에서 여주인공이 사는 공간에는 비스듬하게 놓여진 큰창이 있다.

여자와 남자가 한낮의 아름다운 정사를 가지는 동안 그 큰 창으로 빗방울이 화다닥 수도 없이 부딪치는 모습이 좋았다.

하루쯤 한적한 곳에서 비를 재대로 바라보고 싶다.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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