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언제부터 시작될까... 기다렸다.
새벽녁 비가 마구 쏟아지고 난 뒤. 말끔해진 골목으로 나섰다.
어느 집 담장에 매달린 능소화를 보았다. 주홍의 큰 꽃잎이 가슴을 흔들어 놓을만큼 강렬하다.
물길어린 보도위를 걸어서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탔다.
차에서 내려 일때문에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사정을 전하고 부탁을 했는데 친구 y와 통화를 할때는 급기야 눈물이 솟구쳤다.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지..
부산의 영락공원이라는 곳에 도착하자 다시 비가 내렸다. 장마를 기다렸는데... 이슬비든 가랑비든 장대같은 비던지 간에 몇날며칠을 내리는 것을 보기를 바랬는데 그 비는 이렇게 불행한 소식과 함깨 시작이 되었다.
4월에 보내드리기로 한 여행을 거절하셨어도 부득부득 진행했었야했다. 그리고 며칠전 꿈에 보였던 그날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내려와 찾아뵈었어야 했다. 후회가 물밀듯 몰아쳤다.
영정사진 속 아버지의 어색한 표정을 바라보자마자 이내 고개를 돌렸다. 제대로 그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없다. 고개를 떨꾸고 눈물만 쏟아낼수밖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제 아버지를 위해서 내가 할 수있는 일이 없다니....
뭔가를 해야했다. 편의점에 가서 물품을 구입하고 이런저런 비용을 지불하고 식판을 나르고 위아래 계단을 오르내리며 조문객을 안내해야했다. 식권이 모자라면 편의점으로 다시 다녀야하고 틈틈히 전화를 받기도, 사람이 몰려드는 저녁시간에는 바쁘기도 했다. 대화중에는 간간히 미소를 머금게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넋놓고 슬펴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상황들. 그렇게 장례식장에서는 슬픔을 앗아가는 시간들이 같이 흐르고 있었다.
상주와 가족이 밤을 샌다는 것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자정이 넘자 빈소의 물들이 닫치고 한쪽 구석에서 저마다 새우잠을 자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또한 목침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쉬 잠이 올리는 없지만 그래도 누웠는데 언제 잠이 들었을까. 모친이 깨우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새벽 3시가 넘었는데 서울에서 지인이 왔다. 국밥한그릇 딸랑 먹고 다시 차를 몰고 나서는데 미안하고 고마워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화장한 분의 뻣가루를 보라하는데 나는 차마 유리창너머로 바라볼 수가 없다. 어떻게 볼 수가 있어...
식은 빠르게 진행되어 유골함을 들고 차에 나눠타고 납골당으로 향했다. 어제 낮에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빙둘러 푸른 산, 그 사이로 구름이 내려앉아있다. 차창에 내렸다 흐르던 빗물이 이 곳 나무잎사귀에도 내려앉아 출렁거린다.
납골당 어느 호실의 맨 꼭대기에 아버지의 유골이 모셔진다. 어째서 올려다 보기도 힘들게 저리 높이 있게되었을까? 추첨으로 정한 것이긴 한데 말이지...그래도 바닥에 붙은 맨 아래쪽 보다야 훨 낫지..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납골당을 빠져나오는 차안에서 비로소 허탈한 마음이 든다. 제대로 슬퍼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진행이 되어서 그런가 보다. 머리속이 멍해지는데 불쑥불쑥 솟구치는 울음을 억지로 삼키기도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안방에 들어가 한곁에 뭉쳐놓은 이불더미에 머리를 파묻었다. 잠이 들 수있을까 싶은데 어젯밤처럼 다시 선잠이 들었다. 살아계셨던 분의 시신을 이렇게 어이없이 없애버리고 왔는데, 기가 막히는 날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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